V-리그 남자부의 막내 격인 OK저축은행은 리그의 오래된 판도를 한꺼번에 깨뜨린 팀으로 역사에 남는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양강 체제로 흘러가던 V-리그에서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김세진 감독의 지도력, 좋은 선수들의 합작품이었지만 역시 로버트랜디 시몬이라는 외국인 선수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는 업적이다. 입단 당시부터 “세계 정상급 선수의 V-리그 입성”으로 화제를 모았던 시몬은 두 시즌 동안 OK저축은행을 이끌며 명불허전의 기량을 뽐냈다. 센터와 라이트 포지션을 자유자재로 오고가며 팀의 주포 몫을 했고, 여기에 블로킹에서도 위력을 발휘하며 팀의 중심을 잡았다. 문제는, 올 시즌은 그 시몬이 없다.
OK저축은행은 15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의 시즌 개막전에서 세트스코어 0-3으로 무너졌다. 2·3세트는 세트 중반까지 비교적 대등한 승부를 벌였으나 세트 후반에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하고 연속 득점을 허용했다. 시몬의 부재로 예상됐던 악재는 거의 다 나왔다고 볼 수 있는 한 판이었다. 결정력은 떨어졌고, 블로킹으로 대변되는 높이도 현격하게 낮아졌다.
어느 정도 예상한 일이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시몬의 빈 자리가 너무 크다. 어느 한 선수가 메울 수 있는 공백은 아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우려했던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또한 고민을 드러냈다. 공격과 블로킹에서 모두 전력이 떨어져 있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새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마르코 보이치는 파워 측면에서는 나름 괜찮은 모습이었지만 정확도는 의문을 남겼다. 이날 공격 성공률은 44.4%에 머물렀다. 범실도 많았다.
시몬 없이 홀로서기에 나서야 할 OK저축은행이지만 국내 선수들의 컨디션 또한 아직 정상이 아니라는 게 걸린다. 비시즌 중 송명근 강영준 박원빈 등 국내 선수들이 아픈 부위에 칼을 댔다. 아직 100% 컨디션도 아니고 실전감각은 떨어져 있다. 김세진 감독은 이날도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무리하지 않는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그러다 보니 경기력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결국 시즌 초반이 올 시즌 OK저축은행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문제점을 보완해가며 잘 버티면 중반 이후 기회가 올 수 있다. 그러나 초반부터 너무 처지면 만회하기가 어려워진다. 가뜩이나 전력 평준화 바람이 부는 V-리그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시몬을 다시 데려오기는 어려운 만큼 언젠가는 풀어야 할 숙제다. 3연패에 도전하는 OK저축은행의 중대한 과제 풀이가 시작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