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재계약 실패한 류중일 전 감독
역대 우승 감독들 대부분 사령탑 복귀
우승 감독이라도 영원한 자리 보전은 없었다. 삼성 왕조를 세웠던 류중일(53) 감독이 결국 재계약에 실패하며 일선에서 물러났다.
삼성 구단은 지난 15일 김한수 신임감독 선임을 발표, 류중일 전 감독이 기술자문을 맡는다고 밝혔다. 2011년 지휘봉을 잡은 뒤 6년간 통합우승 4연패, 정규시즌 우승 5연패 위대한 업적을 세운 류중일 감독이었지만 올해 9위로 떨어진 성적 앞에서 칼바람을 피할 수 없었다.
KBO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한 사령탑은 류중일 전 감독을 포함해 13명밖에 되지 않는다. 35년 역사에서 13명뿐이다. 그 중에서도 류 전 감독은 무려 4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역대 최다 10회 우승의 김응룡 전 감독에 이어 김재박 전 감독과 우승 횟수로는 공동 2위에 해당한다.
역대 KBO리그 우승 감독들은 대부분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 류 감독과 현직 김태형 두산 감독을 제외한 우승 감독 11명 중에서 무려 10명이 다른 팀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스카우트 형식으로 감독이 직접 팀을 옮겨간 케이스도 있었고, 우승 명성에 이끌려 다시 한 번 그들을 찾는 팀들이 많았다.
해태에서 9차례 우승을 이끈 김응룡 전 감독은 2000년 시즌을 마친 뒤 삼성에 스카우트됐다. 2002년 삼성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2004년을 끝으로 감독직을 놓고 사장으로 지냈다. 하지만 8년의 현장 공백을 딛고 2013년 한화 사령탑으로 복귀했다. 우승 명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82년 원년 OB 우승을 이끌었던 김영덕 전 감독은 이후 삼성-빙그레에서 기회를 잡았다. 1984·1992년 롯데 우승을 지휘한 강병철 전 감독도 한화와 SK를 거쳐 다시 롯데까지 3번 기회를 얻었다. 1990년 LG 우승 감독이었던 백인천 전 감독도 이후 삼성-롯데를 이끌었고, 1994년 LG 우승 사령탑이었던 이광환 전 감독도 한화-LG-히어로즈에서 또 감독을 했다.
2000년대 이후 우승 감독을 봐도 최소 한 번 감독 기회가 찾아왔다. 2차례 두산 우승을 견인한 김인식 전 감독은 이후 한화를 지휘했고, 현대에서 4번 우승을 경험했던 김재박 전 감독도 LG에 스카우트됐다. 삼성에서 두 번 우승한 선동렬 전 감독도 고향팀 KIA의 부름을 받았고, 2009년 KIA 우승을 이끈 조범현 전 감독 역시 창단팀 kt의 초대감독으로 선임됐다.
가장 최근에는 SK에서 3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왕조를 열었던 김성근 감독이 2015년 역대 최고령 현직 사령탑으로 한화를 맡았다. 1999년 한화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던 이희수 전 감독이 2000년 계약만료를 끝으로 팀을 떠난 뒤 한 번도 프로 감독 기회를 잡지 못한 게 유일한 예외로 남아있다.
류중일 전 감독은 무려 4번의 통합우승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야구계에 적이 없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온화한 성품이다. 1963년생 만 53세로 나이가 아주 많은 것도 아니다. 다만 삼성 색깔이 너무도 강한 게 향후 감독 복귀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선수-코치-감독으로 30년간 삼성에만 몸담아왔기 때문에 다른 팀에서 지도력은 미지수다.
하지만 류 전 감독처럼 실적이 확실한 감독은 시장에 별로 없다. 자신의 색깔을 내기보다 늘 선수 중심의 야구를 펼쳐왔기 때문에 어느 팀이라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과연 류 전 감독에게 다시 한 번 사령탑 기회가 찾아올까. 역대 우승 감독들이 걸어온 길을 보면 머지않아 한 번은 올 듯하다. 언제, 어느 팀일지가 궁금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