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오르는 자는 하늘이 점지해준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이 있어도 약간의 운이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메이저리그(MLB) 포스트시즌은 더 절박하다.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한 네 팀의 혈투가 시작됐다.
14일(이하 한국시간) LA 다저스가 워싱턴을 극적으로 꺾고 챔피언십시리즈 막차 티켓을 땄다. 이로써 올 시즌 챔피언십시리즈는 클리블랜드와 토론토(아메리칸리그), 시카고 컵스와 LA 다저스(내셔널리그) 대진으로 확정됐다. 15일 아메리칸리그부터 7전 4선승제의 챔피언십시리즈를 시작한다.
모두 우승에 목이 마를 법한 팀이다. 네 팀 중 가장 최근에 우승을 경험한 팀은 토론토다. 토론토는 1992년과 1993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황금기를 보냈다. 그러나 그 후로는 월드시리즈 진출 자체가 없다. 지난해 챔피언십시리즈에 나갔으나 캔자스시티에 시리즈 전적 2승4패로 패했다. 23년을 기다려왔다.
네 팀 중 가장 근래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1993년의 토론토이니, 나머지 팀들의 절박함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월드시리즈 통산 6회 우승팀인 LA 다저스의 마지막 우승은 1988년으로 28년 만의 도전이다. 다저스 또한 당시 우승 이후 월드시리즈 진출 경험이 없다.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008·2009·2013년에 챔피언십시리즈에 나갔지만 필라델피아와 세인트루이스의 벽을 넘지 못했다.
나머지 두 팀은 더 심각해진다. 클리블랜드는 1920년과 1948년 두 차례 월드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다. 68년 만의 도전이다. 클리블랜드는 챔피언십시리즈 진출도 1997년 이후 처음이다.
그런 측면에서 가장 관심을 모으는 팀은 시카고 컵스다. ‘염소의 저주’를 깨뜨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컵스는 1907년과 1908년 2연패를 기록한 뒤 아직도 우승이 없다. 108년을 참고 참았다. 1908년이라면 TV는 발명되지도 않았고 라디오 중계도 없을 때였다. 당시 우승을 기억하는 이는 이제 거의 남지 않았다.
21세기 들어서는 2003년(플로리다 3승4패 탈락), 지난해(뉴욕 메츠 4패 탈락)에 챔피언십시리즈까지는 갔으나 더 이상 나아가지는 못했다. 올해 리그 유일의 100승팀인 만큼 저주를 깨뜨릴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다. 우승을 향한 의지의 충돌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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