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투어’로 시즌 내내 화제를 몰고 다닌 데이빗 오티스(41·보스턴)가 현역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하지만 이게 끝은 아닌 모양새다. 아직 5년의 시간이 남아있음에도 ‘명예의 전당’ 문제가 새로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오티스는 클리블랜드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를 끝으로 현역을 마무리하고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팬웨이파크에서 열린 3차전 이후 눈물과 함께 마지막 인사를 한 오티스는 MLB 통산 2408경기에서 타율 2할8푼6리, OPS(출루율+장타율) 0.931, 541홈런, 1768타점이라는 기록을 남긴 채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진다.
오티스의 포지션이 지명타자라는 점에서 기준이 좀 더 까다로울 수 있지만, 통상 500홈런 이상을 기록하면 명예의 전당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이 지금까지의 흐름이었다. 541홈런-1768타점의 오티스도 일반적이라면 5년 뒤 명예의 전당의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다. 첫 해 들어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계속 득표율이 높아질 법한 성적이다. 문제는 그의 이름에 따라붙는 ‘약물 꼬리표’다.
사건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2003년 MLB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금지약물 조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104명이 있다고 보도해 MLB를 발칵 뒤집었다. '뉴욕타임스'의 의혹 제기에는 오티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조사는 MLB가 본격적인 도핑 테스트 확대를 앞두고 시범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조사만 진행하고 결과는 폐기한다”는 원칙 속에 진행됐다.
오티스는 이 사건 이후 “부주의하게 장외거래로 비타민과 영양제를 사서 복용했다. 그 물질은 합법적인 것으로 결코 스테로이드를 구입하거나 복용한 적은 없다”라고 항변했다. 오티스는 은퇴 시점까지도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적이 없다며 결백을 주장 중이다. 다만 여기에는 지금까지도 부정적인 의혹이 파다하다. 2009년 당시 MLB 사무국과 노조가 “리스트에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어떤 결론도 경계한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많은 팬들은 오티스가 스테로이드에 손을 댔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CBS스포츠의 맷 스나이더는 오티스의 은퇴에 부쳐 그가 약물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으며, 2004년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단 한 번의 양성 반응도 보이지 않았음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 오티스는 이 기간 동안 약 100차례에 가까운 도핑테스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렇다 할 문제는 없었다. 스나이더는 “13년 동안 총 53명의 선수가 도핑테스트에서 적발됐다”라며 오티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또한 2003년과 2009년 사이 합법적이었던 성분이 금지 약물로 지정된 게 100가지 넘는다며 리스트에 오른 것은 그런 물질 때문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오티스는 실제 적발 후 징계를 받았거나 법정까지 간 선수들과는 다르며 명예의 전당에 도전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논리다.
이 컬럼도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일단 부정적인 여론이 대세다. 어떤 물질이 문제가 됐는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리스트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도덕성에 흠집이 생겼다는 주장이다. 오티스의 명예의 전당 입성을 허가한다면, 비슷한 의혹을 받고도 실제 징계로 이어지지 않은 선수들까지 논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천봉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명예의 전당 입후보 자격은 은퇴 후 5년이 지나야 생긴다. 다만 잊을 만하면 떠오를 이슈가 될 공산이 커 보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