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이라는 가을야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러나 롯데 자이언츠는 올시즌 역시 가을이 달갑지 않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만큼 올해의 가을도 내년을 위한 준비의 시기가 됐다.
롯데의 올시즌은 기대를 모았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66승78패의 성적. 지난해와 같은 승수다. 감독을 다시 한 번 교체하고, FA 시장에서 138억을 쏟아붓는 등 조용하지 않은 스토브리그를 보냈지만 유감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다시 감독 교체에 대한 여론도 스멀스멀 피어올랐지만, 구단은 내부적으로 조원우 감독에 대한 재신임을 결정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감독에게만 덮어씌우는 모습은 지난 3년간 가을에 데자뷰처럼 반복된 일이었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감독과 구단 모두가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과 발전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조원우 감독과 함께하기로 한 이상 내년 시즌 준비에 준비에 빠르게 돌입해야 한다. '리셋'이다. 4년 연속 같은 모습의 가을 모습이기도 하다.
일단 외국인 선수 전열을 정비해야 한다. 롯데는 지난해 별 무리 없이 외국인 선수 3인방과 재계약을 했다. 일찌감치 재계약을 끝내면서 올시즌을 대비했다. 그만큼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 짐 아두치는 자신의 몫을 다했다.
그러나 올해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고민을 원점에서 되짚어봐야 한다.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는 시즌 중반 금지약물 복용 혐의로 퇴출이 됐고, 대체 선수였던 저스틴 맥스웰도 8월 말, 훈련 중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맥스웰의 재계약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문제는 린드블럼과 레일리. 재계약을 하기엔 애매한 성적을 남겼다. 린드블럼은 30경기 10승13패 평균자책점 5.28, 레일리는 31경기 8승10패 평균자책점 4.34의 성적이다. 기대치에 비해선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다른 구단에서 데려간다면 역풍의 부메랑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인 투수진 조합을 구성하는데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내부 FA 고민이다. 대어급인 3루수 황재균이 올해 FA 자격을 얻는다. 황재균을 올해 127경기 타율 3할3푼5리 27홈런 113타점 20도루 OPS 9할6푼4리의 성적을 남겼다. 지난시즌에 이어 올시즌에도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롯데의 내야 자원상 황재균은 '대체 불가'의 선수다. 황재균이 떠났을 지 구멍이 크다. 시장가격 역시 예사롭지 않게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는 잔류에 무게를 두고 시장상황을 예의 주시 할 전망이다. 황재균의 잔류 여부와 함께 내년 외국인 타자의 포지션도 자동적으로 교통정리가 될 전망이다.
산적한 고민들이 있지만 일단 롯데는 오는 20일, 짧은 휴식을 마치고 선수단을 재소집한다. 27일에는 일본 오키나와로 마무리 훈련을 떠난다. 내년을 위한 새얼굴들의 옥석가리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올해 역시 씁쓸한 가을이다. 그러나 씁쓸한 감정에 빠져있을 겨를이 없다. 롯데의 내년은 이미 시작이 됐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