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야구 양상 속 필승조 소모 전무
향후 준PO 불펜 총력전 여건 만들어
2차전까지 넥센과 LG의 준플레이오프의 테마는 '선발 야구'였다. 즉, 양 팀의 필승조들은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향후 시리즈가 불펜 싸움으로 전개됐을 시 진검승부를 펼칠 수 있는 여력은 충분하다.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 LG의 준플레이오프 2경기, 양 팀은 선발진의 호투와 타선의 적절한 폭발로 근접전의 양상을 띄지 않았다. 이는 주력 불펜 투수들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않았다는 의미.
7-0으로 LG가 승리를 거둔 1차전, LG는 선발 핸리 소사의 6이닝 무실점 호투와 7점을 뽑아준 타선의 힘으로 불펜 투수 3명만 소모했다. 필승조 정찬헌이 2이닝(42구)으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원포인트 성격의 좌완 진해수가 ⅔이닝(10구),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셋업맨 김지용이 공 1개만 던지고 마무리 지었다.
5-1로 넥센이 승기를 잡은 2차전 역시, 넥센은 선발 밴헤켄의 7⅔이닝 1실점의 역투를 펼치고 마무리 김세현이 1⅓이닝(15구)만에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양 팀이 1승1패를 나눠가졌지만 패하는 경기에서도 주력 투수들은 최대한 아꼈다. 넥센이 1차전 선발 스캇 맥그레거가 5이닝 만에 내려왔지만, 필승조 김상수만이 1이닝(16구)를 던졌을 뿐 좌완 원포인트 오주원(⅓이닝)과 마정길(⅔이닝)이 1이닝을 나눠서 맡았다. 그리고 남은 이닝은 추격조이자 롱릴리프 역할의 박주현이 2이닝을 책임졌다.
LG도 패한 2차전 선발 우규민의 뒤를 이은 좌완 윤지웅이 아웃카운트 1개를 잡아내지 못했지만 이동현(2⅓이닝 30구)과 봉중근(2⅓이닝(39구), 두 노장이 긴 이닝을 맡았다.
하루 휴식을 취하고 16일부터 3차전에 돌입하는 상황. 양 팀 불펜의 데미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특히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까지 소화하며 4경기를 치렀는데, 준플레이오프 2차전 선발 우규민을 제외하면 선발진이 모두 6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김지용(2경기)과 임정우(1경기), 진해수(1경기)의 필승라인이 띄엄띄엄 경기에 등장했다. 투구수도 많지 않아서 체력 관리가 됐다. 13일 투구수가 많은 정찬헌도 이틀을 쉴 수 있어 별 영향 없다.
아울러, 준플레이오프 2차전 패배 과정에서 베테랑 이동현과 봉중근이 많은 이닝을 던지며 희생했다. 두 선수 모두 위기에 몰렸으나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필승조의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앞으로 시리즈에서의 쓰임새까지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LG로서는 소득이 없지 않은 경기였다.
넥센도 2차전에서 처음으로 클로저 역할을 맡은 김세현이 성공리에 가을야구 마무리를 경험하며 무대 감각을 익혔다. 1이닝 이상 소화에 투구수까지 적절했다. 1차전에서 1이닝 2실점을 기록한 김상수의 내용이 아쉽지만, 또 다른 셋업맨 이보근은 아꼈다. 여기에 신예 박주현이 정규시즌 LG에 강했던 면모(4경기 1승 ERA 1.96)를 그대로 보여줘 향후 조커의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1승1패의 팽팽한 경기를 치렀던 만큼 남은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의 양상은 혈투가 될 가능성이 높다. 2승의 고지를 점해 플레이오프로 가는 길을 탄탄하기 닦기 위해 투수 교체는 잦을 것이고 과감해질 것이다.
그러나 양 팀의 사령탑들은 주저없이 불펜을 투입시킬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총력전, 진검승부는 아직 막을 올리지 않았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