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ERA 1.99’ 밴헤켄, 역대 최고 '가을 외국인'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15 13: 00

흔히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은 다르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실제 정규시즌에 MVP급 성적을 냈던 선수가 포스트시즌에 부진한 경우도 있고, 그 반대의 사례로 ‘깜짝스타’가 탄생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좋은 것은 메이저리그(MLB)의 매디슨 범가너(샌프란시스코)처럼 정규시즌 때 잘했던 선수가 포스트시즌에는 더 잘하는 것이다. 쟁쟁한 팀들이 맞붙는 포스트시즌임을 고려하면 이런 선수의 가치는 더하다. KBO 리그, 그리고 넥센에는 앤디 밴헤켄(37)이 그런 선수다. 정규시즌 통산 132경기에서 65승을 거둔 밴헤켄은 포스트시즌만 만나면 더 펄펄 난다. 이 공식은 2016년 첫 판부터 다시 증명됐다.
밴헤켄은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 선발로 나가 7⅔이닝 동안 102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5탈삼진 1실점 역투로 팀의 5-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막판 성적이 조금 처져 생긴 의심의 눈초리를 한꺼번에 날렸다. 시리즈가 5차전으로 갈 경우 선발로 내정되어 있는 밴헤켄은 적극적인 승부로 투구수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했다. 최고의 피칭이었다.

이런 밴헤켄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하게 남기고 있다. KBO 공식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밴헤켄은 KBO 포스트시즌 역사상 22번째, 외국인 선수로는 첫 번째로 50탈삼진을 기록한 선수가 됐다. 또한 이날 7⅔이닝 1실점으로 통산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 평균자책점을 종전 2.14에서 1.99(49⅔이닝 11자책점)까지 끌어내렸다.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포스트시즌에서 선발로 5경기 이상, 3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 중 밴헤켄의 평균자책점(선발 등판 기준)은 역대 6위에 해당한다. 김일융이 6경기에서 51⅓이닝을 던지며 5승1패 평균자책점 1.23을 기록해 역대 1위 기록을 가지고 있다. 문희수(7경기·30⅓이닝·평균자책점 1.26), 윤희상(6경기·33⅔이닝·1.60), 송은범(7경기·32⅔이닝·1.65), 정삼흠(6경기·43이닝·1.67)이 그 뒤를 따른다.
5경기·30이닝 기준으로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인 선수는 밴헤켄까지 딱 6명 뿐이다. 외국인 선수로는 유일하다. 40이닝 이상은 3명밖에 없는데 밴헤켄도 그 중 하나다. KBO 리그 역사에 꽤 오랜 기간 남을 만한 가을 실적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포스트시즌 4경기 이상에 선발 등판한 외국인 선수로는 팀 하리칼라(1.37), 릭 밴덴헐크(1.80), 카도쿠라 켄(1.93)에 이어 4위 기록이지만 이닝수에서 압도적이다. 하리칼라는 19⅔이닝, 밴덴헐크는 20이닝, 카도쿠라는 18⅔이닝을 던진 것에 비해 밴헤켄은 두 배 이상 많은 49⅔이닝을 소화했다. 이 정도면 역대 최고의 가을 외국인 투수라고 평가해도 큰 이견은 없다.
이런 밴헤켄의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밴헤켄은 2013년부터 꾸준히 가을 무대에 나서고 있음에도 아직 우승의 기억이 없다. 개인 성적에 대한 안도감보다는 마지막에 팀이 이기지 못한 공허함이 뇌리 속에 박혀 있다. 밴헤켄이 2차전 후 “2014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했을 때 정말 가슴이 아팠다. 올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만큼 꼭 우승하고 싶다”고 강조한 이유다. 이제 동료들이 밴헤켄의 다음 등판을 만들어주는 일이 남았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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