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27개의 아웃카운트마다 나오는 상황과 상황이 모여 경기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승리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플레이는 무엇이었을까.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게임 분석을 통해 넥센과 LG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나온 결정적 순간을 돌아봤다.
‘고종욱 발-임병욱 깜짝포’ 넥센, 1차전 악몽 지우다(1·3회)
전날 11안타를 치고도 무득점, KBO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다안타 팀 완봉패라는 불명예를 쓴 넥센이 1회부터 힘을 냈다. 안타 2개로 가볍게 1점을 냈다. 고종욱의 발이 중심에 있었다. 1사 후 우규민의 커브를 잘 받아쳐 우전안타로 출루한 고종욱은 김하성의 2루수 키를 넘기는 빗맞은 안타 때 홈까지 내달렸다. 런앤히트 사인이 난 상황에서 2루를 밟은 고종욱은 미련 한 번 없이 3루를 노렸다. 손주인이 공을 더듬는 사이 속도를 늦추지 않고 홈까지 밟았다.
승리확률은 55%에서 64.9%가 됐다. 1사 1루 상황에서 단타 하나에 승리확률이 10% 가까이 뛴 것인데 기록되지 않은 상대 실책이 없었다는 점에서 보기 드문 일이다. 홈런 한 방의 가치와 거의 같았다. 고종욱의 발을 칭찬할 수밖에 없는 대목. 이어 3회를 67%의 승리확률로 시작한 넥센은 3회 선두 임병욱의 우중간 솔로포로 이날 들어 처음으로 승리확률 75%를 넘겼다(76.8%). 임병욱은 올 시즌 265타석에서 홈런이 8개였던 선수. LG전 상대 타율은 1할6푼1리였다. 그런 임병욱의 손에서 올 시즌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 나왔다.
1차전과 달랐던 넥센, 고비 때 적시타(4회)
염경엽 감독은 이날 경기 전 “1차전과 같은 경기는 나오기 쉽지 않다. 흐름이 끊긴 다음 안타가 나오고, 흐름이 끊긴 뒤 또 안타가 나오고 했다”라며 아쉬워했다. 연결력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넥센은 1차전과 달랐다. 4회 상황이 그랬다. 선두 김민성의 좌전안타, 이택근의 중전안타로 무사 1,2루를 만든 넥센은 박동원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로 기회를 확장시켰다. 승리확률은 84.6%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LG는 넥센의 승리확률을 깎기 위해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선발 우규민을 내리고 좌타자 임병욱-서건창-고종욱을 상대하기 위해 윤지웅을 올렸다. 그러나 윤지웅이 긴장한 듯 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반드시 잡아야 할 타자였던 임병욱에게 허무하게 볼넷을 내줬고(넥센 승리확률 85%), 이어 서건창에게 2타점 우전안타를 맞았다. 점수차는 그렇게 크지 않은 4점이었지만 넥센의 승리확률은 93.4%까지 치솟았다.
이어 2사 3루에서는 고종욱이 우전 적시타를 치며 이날 들어 가장 높은 94.3%의 승리확률을 만들었다. 두 차례 주루 플레이에서 아웃카운트가 올라갔으나 결국 방망이의 힘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기세를 잡은 셈이 됐다. 4회 시작 당시 넥센의 승리확률은 78.9%였다. 한 이닝에 15.4%의 승리확률이 올라갔다.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에서 가장 결정적인 이닝이었다.
찜찜하게 날아간 LG의 마지막 기회(8회)
0-5로 뒤진 상황에서 8회를 맞이한 LG의 승리확률은 1.7%에 불과했다. 남은 두 번의 이닝에서 5점을 만회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8회 1사 후 문선재가 좌전안타를 쳤다. 그러나 정상호가 삼진을 당하며 귀한 아웃카운트가 하나 날아갔다. 문선재가 그 사이 2루를 훔치며 승리확률은 1%가 됐다.
여기서 대타 서상우가 우전안타를 치며 1점을 만회했다. 그런데 여기서 서상우가 2루를 노리다가 우익수와 유격수로 이어지는 연계 플레이에 당했다. 어떻게든 주자가 살아남아 후속타를 기다려야 했던 상황에서 허무하게 주자가 지워진 것이다. LG는 8회 1점을 내고도 승리확률이 오히려 1.2%로 더 떨어졌다. 결국 LG에게 승리확률을 높일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skullboy@osen.co.kr
[기록] 스포츠투아이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