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큰 무대 부담 떨치고 준PO 1차전 완승
우규민 히메네스 부활하면 막강 전력 완성
LG 트윈스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정규시즌에 그랬던 것처럼, 포스트시즌서도 젊은 선수들과 베테랑 선수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을야구 첫 무대에선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으나, 이제는 모두가 포스트시즌을 즐기고 있다.
LG는 지난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0으로 승리,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리드오프 김용의와 클러치히터 박용택이 안타 6개와 4타점을 합작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마운드에선 선발투수 소사가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소사가 실점 없이 투구를 마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후 진해수 정찬헌 김지용이 마운드에 올라 팀 완봉승을 달성했다.
당초 LG는 2차전까지 1승 1패를 목표로 삼았다. 원정 두 경기 중 한 경기를 잡고, 홈에서 열리는 3, 4차전서 허프와 류제국을 내세워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루는 청사진을 그렸다. 일단 LG는 1차전 완승으로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첫 번째 목표는 달성했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 1차전 결과보다 과정이 더 좋았다. 그만큼 이상적인 야구를 했다. 박용택과 정상호 두 베테랑이 후배들을 리드했고, 팀 전체에 톱니바퀴가 맞아나갔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두 경기서 8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던 채은성은 이날 큼지막한 2루타를 날리며 반등을 예고했다. 시즌 내내 걱정거리였던 소사는 2년 전 포스트시즌 활약을 재현하며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젊은 선수들 대부분이 와일드카드 결정전보다 움직임이 가벼웠고 덕아웃에는 여유가 넘쳤다. 이날 LG 타선은 안타 9개로 7점을 냈다. 필요할 때마다 번트에 성공했고, 찬스에선 적시타가 터졌다. 투수진은 볼넷 2개만 내주며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무실점을 달성했다.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를 밟은 진해수는 ⅔이닝 동안 무피안타 무사사구. 김지용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무실점 호투를 이어갔다.
경기 후 LG 선수들은 “KIA전과 달리 이번에는 그냥 정규시즌을 치르는 느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박용택은 “후배들이 잠실에서 두 경기 하는 것을 보면 우황청심환도 먹고 긴장하는 것 같았는데 오늘은 긴장감을 풀고 좋은 경기한 것 같다”고 웃었다. 긴장 없이 평소에 해왔던 야구를 했고, 넥센과 상대전적 10승 6패의 우위를 포스트시즌서도 이어갔다. LG는 8월 25일부터 정규시즌 종료까지 넥센전 4연승, 이날 경기를 포함하면 넥센전 5연승을 달리고 있다.
이렇게 최상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앞으로 우규민과 히메네스까지 기대치를 충족시킨다면, LG는 플레이오프를 향한 가속페달을 밟을 것이다. LG는 14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우규민을 선발투수로 예고했다. 이변이 없다면 히메네스 또한 4번 타자겸 3루수로 선발출장한다.
우규민은 정규시즌 넥센과 두 차례 맞붙었다. 첫 대결이었던 5월 21일 잠실 경기에선 3⅔이닝 5실점으로 고전하며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7월 20일에는 고척돔에서 6이닝 3실점으로 자기 몫을 다했다. 우규민은 9월 16일 잠실 KIA전 이후 약 한 달 만에 선발투수로 나선다. 9월 중순부터 일주일에 3, 4경기만 치르는 잔여경기 일정에 들어가면서 양상문 감독은 우규민을 불펜진에 넣었었다. 양 감독은 우규민의 현재 컨디션에 대해 “일단 구위는 어느 정도 올라왔다”며 기대감을 전했다.
우규민은 올 시즌 구위와 제구 모두가 이전보다 떨어지며 기복을 겪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리그에서 가장 정교한 제구력을 자랑하는 투수였으나, 올해는 로케이션이 흔들리고 있다. 특유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집중 공략하는 투구가 이뤄지지 않으며 허무하게 볼넷을 범하기도 한다.
만일 우규민이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정상 컨디션으로 호투를 펼친다면, LG 선발진은 완벽한 4인 로테이션을 구축하게 된다. 우규민은 2013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넥센을 상대한 16경기서 평균자책점 2.76을 기록. 넥센 거포군단에 가장 강했던 투수 중 한 명이었다.
히메네스는 포스트시즌 3경기서 12타수 1안타에 그치고 있다. 정규시즌 후반기부터 시작된 부진이 포스트시즌까지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그래도 양 감독은 “히메네스는 곧 올라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히메네스를 향한 신뢰를 보였다.
더불어 히메네스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 8회말 무사 2루에서 보여준 모습을 칭찬했다. 양 감독은 “히메네스가 포스트시즌에 앞서 번트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 당시 상황에선 스스로 번트를 대겠다고 하더라. 번트에는 실패했지만 결국에는 집중력을 발휘하며 진루타를 쳤다. 이런 모습 하나가 우리 팀 전체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넥센은 2차전 선발투수로 밴헤켄을 예고했는데, 히메네스는 밴헤켄에게 8타수 4안타로 강했다.
통계적으로 봤을 때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승리한 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를 확률은 84%에 달한다. 가을야구 적응을 마친 LG가 우규민과 히메네스의 부활을 통해 가벼운 마음으로 잠실구장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