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크레이지 모드’ 김용의, 내야수 계속했다면 성공했을까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10.14 10: 21

PS 2경기 연속 팀 승리 이끄는 맹활약 타격
백업선수였으나 외야 변신 중심선수로 우뚝
LG 트윈스 외야수 김용의(31)가 흔히 이야기하는 ‘미친 선수’가 됐다. 김용의는 지난 11일 KIA와 와일드카드 2차전 혈투에 마침표를 찍은 것에 이어, 13일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도 집어삼켰다.

리드오프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김용의는 1회초 첫 타석 안타와 득점을 시작으로 5회초 2타점 2루타와 득점, 7회초에도 중전 안타 후 득점을 올렸다. 세 차례 안타로 출루해 세 차례 득점했고, 한 번은 타점까지 올리는 영양가 만점의 활약이었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2016 가을야구 중심에 김용의가 자리하고 있다.  
사실 이런 일들을 예상한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김용의는 올 시즌 전에는 단 한 번도 3할 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 주전 선수와도 거리가 멀었다. 2년 전에는 팀 체질 개선 대상으로 분류되며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포지션이 바뀌었다. 더 먼 과거로 돌아가면, 2008년 프로입단 첫 해부터 트레이드됐고, 이후 현역으로 군복무했다. 쉽게 말해 팀에서 크게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김용의는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와일드카드 1차전에 앞서 “내가 은근히 큰 경기 경험을 많이 했다. 대학생 때 정기전인 고연전부터 잠실구장에서 큰 경기를 해봤다”면서 “그러고 보니 매년 큰 무대에서 포지션이 다르다. 정기전 때는 3루수로 출장했었다. 2014년에는 2루수, 그리고 이번에는 중견수로 나간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웃었다. 
프로 입단 당시 김용의의 포지션은 3루수였다. 군 전역 후 LG로 돌아와 달았던 번호도 3루수에 어울리는 5번이었다. 하지만 김용의가 3루수로 뛴 경기는 많지 않다. 2012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를 밟기 시작한 김용의는 포지션이 하나로 고정된 것이 아닌, 내야 멀티 플레이어 역할을 했다. 주전으로 올라설 만큼의 기량은 아니었지만, 다리가 빠른 장점을 앞세워 대주자와 대수비로 경기로 투입됐다. 그러면서 김용의는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했다. 
확고한 주전은 아니었으나 간혹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친정팀인 두산에 유독 강해 잠실 라이벌전에서 수훈선수로 꼽히곤 했다. 2014년 포스트시즌에선 주전 2루수 박경수의 부상공백을 잘 메우며 주목받았다. 그럼에도 김용의는 2014시즌이 끝나고 팀의 결정으로 인해 외야수로 수비 위치를 바꿔야 했다. 당시 김용의는 “그동안 내야수만 해왔다. 포스트시즌서도 2루수로 나름 잘 했다. 갑자기 외야수를 하게 됐는데 아쉽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2014년 5월 LG 지휘봉을 잡은 양상문 감독은, 팀의 첫 번째 과제를 외야진 개편으로 봤다. 기존 주전 외야수들의 연령대가 높았기 때문에 이들보다 빠르고 수비범위가 넓은 선수들도 외야진을 바꿔나갔다. 김용의에게 외야수를 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내야수로서 두드러진 수비력은 아닌 만큼, 빠른 다리를 살릴 수 있는 외야수를 보게 했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2015년 스프링캠프부터 김용의에게 외야 수비를 지도한 한혁수 코치는 “기초부터 만들어야 했다. 외야 스탭부터 가르쳤다. 용의와 나 모두 굉장히 힘든 시기였다. 당시만 해도 용의는 스타트를 반대로 끊는 경우도 많았다”고 김용의가 처음으로 외야수로 나선 순간을 회상했다. 
비록 뜬 공 타구 판단에는 애를 먹었으나 김용의는 2015시즌에 앞서 등번호까지 5번에서 8번으로 바꾸며 의욕을 보였다. 한혁수 코치는 “그래도 지금 돌아보면 당시의 인내와 훈련이 결실을 맺는 것 같아 뿌듯하다. 작년 후반기부터 좋은 모습이 하나씩 나오기 시작했다. 2015시즌을 보내고 올해 정도 되면 상당히 좋아지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김용의의 진짜 반전은 올 시즌 후반기부터 시작됐다.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맹타를 휘둘렀고, 순식간에 1번 타자겸 중견수로 주전 자리를 꿰찼다. LG는 김용의가 1번 타자로 자리하면서 박용택을 3번 타순에 배치, 팀 득점력 향상을 이뤘다. 지난 1월 1군 스프링캠프에도 동행하지 못했던 김용의가 팀의 주축선수로 올라섰다. 
결과적으로 2년 전 내야수에서 외야수 포지션을 바꾼 게 신의 한수가 됐다. 김용의가 지금까지도 내야수를 했다면, 여전히 주전 선수들을 백업하는 내야 멀티요원에 그쳤을 것이다. 아무리 타격이 뛰어나도, 내야수로서는 큰 키와 긴 다리로 인해  땅볼타구 처리에 애를 먹었을 확률이 높다. 
처음에는 아쉬웠지만, 이제는 외야수 포지션에 대한 애착도 강해졌다. 김용의는 “외야수를 계속 하다 보니 외야수가 나랑 잘 맞는 자리인 것 같다. 넓은 공간을 뛰어다니는 것부터 나와 잘 어울린다”며 “여전히 수비 중 실수를 할 때도 있지만, 확실한 점은 지난해보다 수비가 많이 나아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매년 조금씩 더 나아진다면, 언젠가는 ‘김용의도 수비가 참 안정됐구나’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수비 실수에 대한 부담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용의는 14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1번 타자겸 중견수로 출장할 것으로 보인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후 양상문 감독은 “코치들과 상의해봐야겠지만 용의가 여전히 1번 타자로 나가지 않을까 싶다. 타순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이천웅과 문선재를 바꾸는 정도의 변화만 있을 것이다”며 넥센이 좌투수 밴헤켄을 등판시킴에도 김용의를 중용할 뜻을 드러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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