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아는 대로 김현수(28,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출발은 최악이었다. 하지만 끝은 희망적이었다. 팀 내 입지도 개막전 때보다 크게 다지고 돌아왔다.
메이저리그에서 첫 시즌을 보내고 돌아온 김현수는 올해 95경기에서 타율 3할2리, 6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이 KBO리그 시절에 비해 크게 하락했지만 제한된 기회를 살리면서 3할 타율을 시즌 마지막까지 유지한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사실 시즌 초만 하더라도 이러한 결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구단은 그와 2년 계약을 맺어놓고도 2년 중 첫 시즌이 개막하기도 전에 그가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뉘앙스를 현지 언론을 통해 흘렸다. 선수의 사기에는 치명적일 수 있는 부분. 그리고 홈 팬들은 개막전에서 소개되는 그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하지만 김현수는 어쩌다 한 번 오는 기회를 살리며 조금씩 기회를 확대했다. 지난 13일 인천공항에서 인터뷰를 가진 그는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계속 준비하고 기다렸다. 다 내가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모든 것을 기다리며 준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바라던 결과로 이어졌다. 어떤 요소가 메이저리그 잔류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줬는지 묻자 그는 “내 생각이 가장 컸다”고 한 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어떻게 해왔는지 직접 와서 본 사람은 몇 없다. 나는 더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시범경기에서 나타난 것들이 자신의 본 모습이 아니라고 믿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시즌 초 그는 “(개막전에서 들은) 야유를 환호로 바꿔보겠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현실이 됐다. 더 나은 타격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믿었고, 이러한 자신감이 타석에서도 효과를 내며 그의 타율과 출루율을 끌어올렸다.
심한 파도를 겪은 시즌이었지만, 그 덕에 깨달은 것도 있다. 이번 시즌 어떤 것을 느꼈냐는 말에 그는 “도전하는 시즌이었는데, 참 잘했다고 생각한다. 내 마음으로 한계를 정하는 것보다 가서 부딪혀보는 게 좋다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새로운 무대에서 맞이한 첫 시즌에 얻은 깨달음은 앞으로 헤쳐 나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