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시즌이면 한 번쯤은 나오는 벤치의 항의 장면. "스트라이크존이 너무 (좁거나 혹은 넓거나)한 거 아닌가."
13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넥센-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염경엽 넥센 감독이 이례적으로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어필했다.
넥센이 0-6으로 뒤진 6회말 공격, 선두타자 김민성은 2볼-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루킹 삼진을 당했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궤적의 슬라이더. 나광남 구심은 삼진 콜을 외쳤다. 김민성은 구심에게 '이게 어떻게 스트라이크냐'라는 표정을 지었다.
1루측 넥센 덕아웃에선 주장 서건창을 비롯해 선수들이 스트라이크 판정에 한 마디씩 외쳤고, 염경엽 감독이 1루 덕아웃에서 나와 나광남 구심에게 다가갔다. 스트라이크존에 대해 짧게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았다.
경기 후 도상훈 KBO 심판위원장은 "염 감독이 '볼이 조금 빠진 것 아니냐'고 가볍게 어필했다. 구심은 일관되게 판정했다"고 말했다.
정규시즌 내내 좁은 스트라이크존이 포스트시즌에 들어와서 넓어진 것일까.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심판의 스트라이크 콜이 '다소 후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도상훈 위원장은 "포스트시즌 들어와서 특별하게 심판들에게 존을 넓게 보라고 지시한 것은 없다. 아무래도 포스트시즌에는 베테랑 심판들이 구심을 보니깐 자신만의 존을 보는 편이다. 넓게 보거나 좁게 보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에는 각 시리즈별로 심판조가 투입되는데, 순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팀장급 심판이 구심을 본다. 올해 포스트시즌 초반에는 베테랑 심판들이 스트라이크 콜에 인색하지 않는 편이다. 나광남 심판은 정규 시즌 때도 존이 조금 후한 편이었다.
1차전 완패 분위기에서 넥센은 뭔가 반전의 계기가 필요했다.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아쉬움을 짧은 어필로 표출하고, 팀 내부의 단결을 꾀한 측면도 있다.
1차전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대한 염 감독의 어필이 2차전 이후 구심의 볼 판정에 어떤 미묘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흥미롭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