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가을의 진리…포수는 리드, 유격수는 수비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16.10.14 06: 20

 우스개 농담 하나. 9명의 타자를 모두 박병호로 라인업을 꾸린 팀과 서건창 9명이 뛰는 팀이 붙는다면 어느 팀이 승리할까.
야구는 9명이 하는 스포츠다. 공격과 함께 각자 자기 포지션에서 수비를 책임져야 한다. 9명 모두가 공격과 수비 다 잘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러기는 어렵다.
1루수는 거포형 타자, 키스톤 콤비는 수비력이 좋은 선수, 기동력과 장타력을 갖춘 외야수, 듬직한 포수 등 각자 포지션별로 제일 우선시되는 능력은 조금씩 달라야 팀이 강해진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는 포수는 안정된 투수 리드, 유격수는 탄탄한 수비가 우선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와일드카드 2경기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까지 유격수와 포수가 승리의 키워드였다.
# 투수 내조하는 든든한 안방마님
LG는 13일 고척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0 팀 완봉승을 거뒀다. 나란히 3안타 2타점씩을 기록한 김용의와 박용택의 공격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포수 정상호(34)의 리드가 알짜였다.
정상호는 이날 선발 소사와 배터리로 나서 7회까지 무실점을 이끌었다. 공격적이면서도 안정적인 볼배합이 돋보였다. 초반에는 첫 경기로 실전 감각이 둔한 넥센 타자 상대로 소사의 빠른 직구 위주 피칭을 주문했다. 2회까지 33구 중 21개가 150km대 직구였다.
1회 1사 만루에서 김민성을 148km 직구로 병살타를 유도했다. 4회 1사 만루에서도 155km 강속구로 박동원을 3루수 파울 플라이, 임병욱은 3볼-1스트라이크에서 직구 3개를 연속으로 주문해 헛스윙 삼진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와일드카드 2차전에 이어 환상적인 리드를 한 정상호는 경기 후 "야구에 정답은 없다. 볼배합도 마찬가지다”며 “공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소사에게 적극적인 투구를 주문했는데 그게 잘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양상문 감독은 "상호가 넥센 타자들의 허점에 따라 볼배합을 바꾸더라. 소사가 아니라 상대 타자들에 맞추는 볼배합이 좋았다"고 칭찬했다.
정규 시즌 부진(타율 0.182 1홈런 10타점)으로 FA 몸값(4년 32억원)을 못한다는 비난을 받았으나, 단기전에서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 우러나오며 만회하고 있다. 
반면, 넥센 박동원(26)은 초반 실점 과정에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아쉬운 볼배합을 보였다. 5회 무사 1루, 두 차례 번트를 실패한 정상호 상대로 유리한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3연속 직구(커터 포함)을 주문하다 좌전 안타를 맞았다.
이후 1사 2,3루에서 김용의 상대로 1볼-2스트라이크에서 직구 승부를 하다가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맥그레거의 제구력이 좋지 못했음을 고려해 직구 유인구를 주문하거나, 변화구를 섞어 가는 방법도 있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5회 김용의 타석 때 1루가 비어있어 배터리가 어렵게 승부해야 했었는데, 적극적으로 주문하지 못한 벤치의 잘못이다"고 아쉬워했다.
두 포수는 나란히 8번에 배치됐고, 정상호는 5회 번트 실패 후 천금같은 안타, 6회 1사 2,3루에서는 큼지막한 외야 희생플라이로 공격에서도 부수입을 올렸다. 박동원은 4회 1사 만루에서 내야 파울 플라이, 6회 2사 2루에서 외야 뜬공, 8회 2사 1,3루에서 2루수 땅볼로 공격마저도 풀리지 않았다.
# 20홈런 보다는 무실책 유격수
단기전에서 유격수는 빼어난 공격력보다 내실있는 수비가 으뜸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유격수로 수비력이 좋은 김재호(두산), 손시헌(NC)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김선빈(KIA)과 오지환(LG)은 자신의 수비 하나에 팀 승패가 결정되는 것을 보여줬다.
1차전 두 차례 빼어난 다이빙캐치로 2번의 병살타를 만든 김선빈은 4회 결정적인 수비 실책으로 2점을 헌납한 오지환을 압도했다. 이는 고스란히 경기 결과(4-2 KIA 승)로 이어졌다. 2차전에서 오지환은 주자를 2루에 두고 2차례나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는 호수비를 펼쳤다. LG는 9회까지 무실점으로 버텼고, 1-0 끝내기 승리로 준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김하성(넥센)과 오지환은 수비 중요성을 보여줬다. 올해 김하성은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고, 오지환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첫 20홈런 유격수가 됐다. 장타력이 있어 김하성은 3번, 오지환은 5번으로 중심타선에 배치됐다. 그러나 공격 기여도보다는 수비의 허점이 도드라져 보였다.
오지환은 4회 1사 1,2루에서 이택근의 직선 타구를 점프 캐치하려다 글러브에 튕기고 외야로 빠뜨렸다. 점프 타이밍을 잘 잡았다면 아웃됐을 상황이 1사 만루 위기가 됐다. 소사-정상호 배터리가 무실점으로 막아냈기에 다행이었지만, 자칫 와일드카드 1차전 악몽이 되풀이 될 뻔 했다.
김하성은 1회 선두타자 김용의의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잡는 듯 했으나 글러브에 맞고 외야로 굴러갔다. 출루한 김용의는 선취점을 올렸다.
김하성은 6회에도 선두타자 오지환의 타구를 2루쪽으로 잘 따라가 잡았으나 송구하려다 떨어뜨렸다. 채은성의 2루타가 이어졌고, LG는 폭투와 희생플라이로 2점을 추가했다. LG는 4-0에서 6-0으로 달아가 쐐기를 박았다. 두 차례 모두 안타로 기록됐으나, 김하성의 수비 장면이 아쉬웠다.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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