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27개의 아웃카운트마다 나오는 상황과 상황이 모여 경기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승리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플레이는 무엇이었을까.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게임 분석을 통해 넥센과 LG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나온 결정적 순간을 돌아봤다.
엇갈린 시작, 아쉬움 남긴 김민성(1회)
이날 양팀 감독은 팀의 기대 득점에 대해 4~5점이라고 말했다. 결국 1~2점차 박빙의 승부를 유력하게 봤다는 의미다. 모든 경기가 마찬가지지만, 특히 이런 경기 양상에서 선취점의 중요성은 누차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LG는 1회 그 목표를 이뤘다. 선두 김용의가 안타를 치고 나갔고 1사 후 박용택의 안타로 1,3루가 됐다. LG의 승리확률은 56.4%가 된 상황에서 히메네스의 1루수 방면 땅볼 때 3루 주자 김용의가 홈을 밟았다. 일시적으로 승리확률은 58.5%가 됐다.
히메네스의 타구에 적잖게 회전이 먹었다. 1루 파울 라인을 벗어날 수도 있는 타구로 보였다. 다만 윤석민이 이를 선상에서 낚아채 인플레이가 선언됐다. 넥센 선발 맥그레거는 파울이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넥센의 문제는 1회말이었다. 넥센은 1회 1사 후 고종욱의 볼넷, 김하성의 우전안타, 윤석민의 투수 강습 내야안타로 만루를 만들었다. 50% 밑으로 떨어졌던 승리확률을 54.7%까지 올렸다. 경기 분위기를 바로 바꿀 기회였다. 그러나 여기서 김민성의 병살타가 나오며 승리확률이 39.4%까지 크게 떨어졌다. 아직 경기 초반이었지만 김민성으로서는 찜찜한 출발이었다.
‘위기 뒤 기회’ 김용의, 결정적 2타점(5회)
넥센은 0-1로 뒤진 4회 1사 만루의 기회에서 박동원이 3루수 파울 플라이, 임병욱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이날 또 한 번 만루 기회를 놓쳤다. 위기 뒤는 역시 기회였다. 64.2%의 승리확률과 함께 5회를 시작한 LG는 양석환이 볼넷(67.8%)으로 출루했다. 이어진 상황은 전화위복이었다. 두 번의 기회에서 희생번트를 대지 못한 정상호가 ‘어쩔 수 없이’ 강공으로 전환했는데 좌전안타를 때린 것.
보통 경기 초·중반 희생번트가 팀의 승리확률을 조금 깎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LG로서는 안도 이상의 느낌을 주는 안타였다. 승리확률은 73.4%까지 높아졌고, 손주인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3루에서는 김용의가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2루타(85.2%)로 3-0 리드를 잡았다. 승리 확률이 12%나 올랐는데 이는 순방향(+)으로는 이날 경기에서 가장 큰 폭 변화였다.
이어 2사 2루에서는 박용택이 우전 적시타를 치며 승리확률을 89.5%까지 바짝 끌어올렸다. 불펜이 강한 LG임을 고려하면 5회 3득점은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가진 채로 경기는 중반에 접어들었다. 결국 넥센이 곧바로 만회점을 내지 못하고 끌려가던 흐름에서 김용의가 결정타를 날린 그래프가 모양이 됐다. LG는 6회 무사 2,3루에서 양석환 타석 때 나온 김상수의 폭투 때, 정상호의 희생플라이 때 1점씩을 추가해, 6회 종료 시점 승리확률이 96.9%가 됐다. 넥센은 3.1%의 확률을 남은 4이닝 동안 끌어올려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았다.
'출루=득점' 김용의, 김하성의 불운(7회)
LG는 7회 1점을 더 추가했다. 역시 선봉장은 넥센에 강한 김용의였다. 선두 타자로 나서 바뀐 투수 좌완 오주원을 상대로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승리확률은 98.6%가 됐다. 이어 이천웅의 희생번트로 3루에 간 김용의는 박용택의 좌중간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승리확률을 99.2%까지 올렸다. 7-0, 남은 이닝은 세 번, 그리고 LG 불펜. 사실상 경기가 LG쪽으로 기우는 순간이었다.
김하성은 불규칙 바운드에 울었다. 박용택의 타구가 그렇게 빠르지 않았고 수비 위치도 잘 잡았다. 2사 3루를 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이 타구가 김하성 앞에서 갑자기 튀어오르며 키를 넘겨버렸다. 김하성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안타였다. 그렇게 운까지 넥센을 외면했고 LG는 적지에서 1차전을 가져왔다. /skullboy@osen.co.kr
[사진] 고척=손용호 기자 /spjj@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