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 박세리, “나는 행복한 사람, 복이 많은 사람” 눈물의 은퇴식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6.10.13 18: 11

 대한민국 여자 골프의 중흥기를 이끈 박세리(39, 하나금융그룹)가 선수로서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지막으로 ‘선수 박세리’라는 수식어를 벗게 됐다. IMF 경제 위기로 국민들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준 골퍼 박세리가 13일을 기점으로 선수 아닌 골프인으로 제 2의 삶을 설계하게 됐다. 
박세리는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오션코스(파72, 7,275야드)에서 개막한 LPGA 투어 '2016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1라운드를 8오버파로 마쳤다. 미국의 렉시 톰슨, 중국의 펑산산과 조를 이뤄 18홀 전 라운드를 돌며 수차례 눈물을 쏟았다. 
지난 1998년 US여자오픈에서 ‘맨발 투혼’을 보이며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었던 박세리이지만 정작 자신은 그 누구보다 눈물 많은 여인이었다. 

경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세리는 “연습장에서 연습을 하고 첫 홀 티박스로 가기 전까지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막상 티박스로 올라가면서 보니 팬들이 은퇴 경기를 축하하는 수건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18홀 내내 울고 또 울었다”고 말했다. 
박세리는 공식 은퇴행사가 준비 되고 있는 18번홀로 들어오면서 연신 눈물을 훔쳤다. 그린에 올라설 때부터 눈물이 고였던 박세리는 18번홀을 파로 마무리 하고 공을 꺼낸 이후부터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모든 순간순간을 감동으로 기억하겠다는 박세리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고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말을 여러 번 이야기 했다. 은퇴식 현장에는 이날 경기를 마친 박성현, 전인지, 김효주, 최운정 등 선수들은 물론, 경기에 나서지 않은 박인비, 이미 선수생활을 은퇴한 김미현 박지은도 참석해 경의를 표했다. 
뿐만 아니라 박세리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활약 했던 박찬호와 선동렬 전 야구감독도 현장을 찾아 같은 스포츠인으로서 새로운 길로 나서는 박세리를 축복했다. 
박세리의 열혈 팬들도 현장을 찾아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박세리와 함께 전 라운드를 돈 캐디는 박세리의 오랜 팬이었다. 박세리는 “제 은퇴식을 위해 멀리 미국 알칸소에 있는 팬도 다른 일정을 미루고 스카이72를 찾아왔다. 너무 너무 감사하고, 나는 정말 복이 많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박찬호와의 각별한 인연도 다시 한번 화두가 됐다. 박세리는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길을 걸은 스포츠인”으로 박찬호를 칭하고 “아무도 가 보지 않은 길을 간다는 건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선구자라는 말은 단어 자체로 버겁고 부담스러운데, 같은 길을 따라와 주는 후배들이 있어서 마음 든든하다. '세리 키즈'가 다가 아니고 더 많은 '000 키즈'가 나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98년 US여자오픈 당시 공이 해저드 근처에 떨어졌을 대 다른 선택을 할 생각은 안했느냐는 질문에는 “그 때는 잃을 게 없다는 생각이었다. 어차피 꿈의 절반은 이룬 상태에서 한번 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 때 그 시도(맨발 투혼)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박세리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박세리는 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5승, 개인 통산 25승을 거둬 2007년에는 명예의 전당에도 헌액 됐다. /100c@osen.co.kr
[사진] 은퇴식에서 눈물을 훔치는 박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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