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정석이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으로 '디테일의 장인', '연기의 신'이라는 극찬을 얻고 있다. 눈빛이나 표정, 목소리는 물론이고 작은 손짓 하나까지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는 조정석에 시청자들이 들썩이고 있는 것.
사실 조정석이 맡은 이화신은 지금까지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멋진' 남자 캐릭터와는 결이 참 많이 다르다. 자신을 짝사랑한 표나리(공효진 분)를 무시하는 발언은 기본이고 자기 잘난 맛에 '자화자찬'이 습관처럼 튀어나온다. 그래서인지 주변에 그를 좋아하는 여자는 없다. 표나리 역시 3년간의 짝사랑을 그만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신이 밉지 않은 건, 그만큼 조정석의 탄탄한 연기력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 분명 입을 틀어막고 싶을 정도로 못된 말만 해대고, 이제는 뒤늦게 친구 정원(고경표 분)와 잘 사귀고 있는 나리의 마음을 뒤흔들며 바락바락 악을 써대지만 시청자들은 이미 조정석을 통해 표현되는 화신에 푹 빠진 지 오래. 현실에서 보면 '천하의 나쁜 놈'이 맞지만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짠내나는' 짝사랑이 너무나 처절하고 안타까웠기에 오히려 응원을 하게 된다는 것.
게다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빛과 표정, 물기가 그득한 목소리는 화신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는데, 이는 곧 '질투의 화신'의 가장 큰 재미 포인트로 손꼽힌다.
조정석은 영화 '건축학개론'의 납뜩이로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대중에 널리 알리기 전부터 다수의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 서 왔고, 그 때마다 만족스러운 연기와 노래 실력을 뽐내곤 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뮤지컬 '헤드윅'이다. 유난히 뽀안 피부 때문에 '뽀드윅'이라는 별명을 얻은 조정석은 감정 기복이 많은 인물인 헤드윅에 자신만의 매력을 더해 관객들을 열광케 만들곤 했다.
기고한 운명을 타고난 헤드윅은 남자 배우들이 꼭 한 번은 연기하고 싶지만,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어려운 캐릭터로 통한다. 마냥 발랄할수도, 그렇다고 마냥 슬픔을 토해낼 수도 없는 역할이기 때문. 그럼에도 조정석은 수없이 헤드윅을 연기하며 코믹함부터 짠하고 안타까운 모습 그리고 치유와 힐링까지, 진폭 넓은 연기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이렇게 무대에서 쌓은 연기 내공은 납뜩이라는 유일무이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또 MBC '더킹투하츠'의 은시경을 맡으며 '멋진 배우'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던 조정석은 KBS 2TV '최고다 이순신', tvN '오 나의 귀신님' 등에서 까칠하지만 내 여자에게만큼은 다정한 남자로 변모, 사랑꾼의 정석을 보여주곤 했다. 이 때도 가끔씩 등장하는 '짠내'나는 행동은 조정석을 통해 보듬어주고 싶은 매력을 분출했다.
프로페셔널하고 각 잡혀 있는 멋진 연기도 잘하지만, 망가지는 연기마저도 너무나 훌륭하게 소화해내 그마저도 멋지게 보이게 하는 배우가 바로 조정석인 것. '짠내'나는 순간마저도 감탄을 하게 만드는 조정석이 있어 수목 밤 '질투의 화신'을 더욱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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