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희진이 ‘공항 가는 길’의 숨막히듯 위험한 멜로에 방점을 찍었다. 지독히도 이기적인 여자를 연기하며, 이상윤과 김하늘의 위태로운 관계에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중이다.
장희진은 KBS 2TV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서 서도우(이상윤 분)의 아내이자 도우에게 참 숨기는 게 많은 여자 김혜원을 연기한다. 이미 도우는 혜원을 불신하고 또 다른 가정이 있는 최수아(김하늘 분)와 사랑에 빠진 상태. 이를 직감한 혜원이 앞으로 만들어갈 갈등이 안방극장을 긴장하게 한다.
장희진은 이 드라마에서 도우가 수아에게 위로를 받고 안식처가 되는 결정적인 원인 제공을 하는 혜원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분명히 도우와 수아는 불륜인데, 혜원의 엇나간 야심과 이기적이다 못해 뻔뻔한 구석이 도우와 수아의 관계를 지지하게 만드는 것. ‘공항 가는 길’은 어떻게 보면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다.
크게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누군가의 사망으로 벌어지는 극적인 전개도 강렬하게 펼쳐지기보다는 침착하면서도 묵직하게 그린다. 그래서 시종일관 가슴 한 구석을 짓누르는 느낌인데, 이 같은 답답하면서도 그 끝이 궁금해 보게 되는 이야기의 방점을 장희진이 찍고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기에, 두 남녀 주인공의 안타까운 감정에 이입하다 보면 어딘지 모르게 울컥하기에 매력있는 작품이 ‘공항 가는 길’이다. 특히 장희진이 등장할 때마다 보여주는 미세한 표정변화를 보다보면 더 긴장감이 높아진다. 그가 도우와 다른 사람들 몰래 짓는 의미심장한 표정과 흔들리는 눈빛이 다음 이야기를 추측하게 만들기 때문.
실제 혜원이라는 의뭉스러운 사람이 주변에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 장희진이 ‘공항 가는 길’에서 등장할 때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빼앗는 이유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탄탄하게 받쳐주는 일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 지난 해 ‘밤을 걷는 선비’부터 ‘마을’, ‘마녀보감’, 그리고 ‘공항 가는 길’까지 쉼 없이 연기에만 매진하는 이 배우가 앞으로 보여줄 폭주와 갈등이 더 기대가 된다. / jmpyo@osen.co.kr
[사진] '공항 가는 길' 방송화면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