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미네이션 경기의에서 클레이튼 커쇼(LA 다저스)를 밀어붙인 다저스의 악수. 어디선가 많이 봤던 익숙한 장면이다. 악몽같은 역사가 반복될 뻔 했다.
다저스는 1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6-5로 간신히 승리를 거두며 2승2패로 시리즈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다저스는 이날 벼랑 끝에서 떨어질 위기에 몰렸다. 다저스는 3일 휴식만 취한 클레이튼 커쇼를 등판시키기로 했다. 2013시즌부터 4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3일 휴식 후 등판이었다. 사실 포스트시즌에서 커쇼의 3일 휴식 후 등판 기록은 나쁘지 않다. 평균자책점은 1.89(19이닝 4자책점)이다.
이날 역시 커쇼는 3일 휴식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2점을 내주긴 했지만 탈삼진을 11개나 뽑아내며 자신의 4번째 포스트시즌 두 자릿수 탈삼진 경기를 만들어냈다. 아울러 타석에서도 2-2 동점이던 3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2루타를 치고 나가며 역전의 발판을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6회말, 그리고 7회초였다. 6회말 투수 타석이 돌아왔는데, 커쇼는 타석에 그대로 들어섰다. 7회에도 던지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 6회까지 91개를 던지며 자신의 몫은 어느 정도 다한 상황이었다.
3일 휴식을 감안하면 커쇼를 마운드에서 내리고 7회부터 불펜을 가동해도 됐을 법한 상황이었다.
일단 커쇼는 7회의 시작과 동시에 선두타자 대니 에스피노자에 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우려가 점점 쌓였고 지난 악몽의 역사가 조금씩 떠오르는 듯 했다. 지난 3년 동안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켜준다는 명목 아래 커쇼의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친 경기들이 매년 있었기 때문(2013년 NLCS 6차전/ 2014년 NLDS 1차전, 4차전 / 2015년 NLDS 1차전).
아니나 다를까. 우려는 현실이 됐다. 에스피노자에 안타를 내준 뒤 후속 타자들은 모두 범타로 처리해 이닝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뒀다. 그러나 트레이 터너에 안타, 브라이스 하퍼에 볼넷을 허용하면서 2사 만루 위기에 몰렸다. 결국 커쇼는 7회초 2사 만루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후 불펜진은 팀과 커쇼의 승리 모두를 지키지 못했다. 페드로 바에즈가 첫 타자 제이슨 워스에 밀어내기 사구를 내줬고 다시 바뀐 투수 루이스 아빌란이 대니얼 머피에 2타점 적시타를 얻어맞아 5-5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커쇼는 교체 이후 덕아웃으로 쓸쓸히 돌아섰고, 덕아웃에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쥐었다. 다저스 불펜의 난조는 물론, 커쇼의 교체 타이밍을 잡지 못한 다저스 벤치의 악수, 그리고 커쇼의 고집이 만든 난국이었다.
하지만, 다저스는 7회의 고비를 5-5 동점으로 묶고 경기를 후반으로 이끌었다. 결국 8회말 앤드류 톨스의 사구와 안드레 이디어의 안타로 만든 2사 1,2루에서 체이스 어틀리가 결승타를 터뜨리며 간신히 승리를 거뒀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