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부임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축구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새벽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서 끝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서 이란에게 0-1로 패했다. 이란(3승 1무, 승점 10)과 우즈베키스탄(3승 1패, 승점 9)에 밀린 한국(2승1무1패, 승점 7점)은 조 3위로 떨어져 월드컵 본선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슈팅수 3-13이 말해주듯 한국은 처참하게 밀렸다. 상대가 아시아 최강 이란이고, 장소가 원정팀의 무덤 아자디 스타디움임을 감안해도 믿기 힘든 졸전이었다. 한국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역대 전적 2무 5패로 절대 열세를 면치 못하게 됐다.
2014년 10월 부임한 슈틸리케 감독은 그간 축구팬들에게 절대 신임을 얻었다. 하지만 그가 고수했던 원칙이 하나둘씩 깨지면서 축구팬들도 그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슈틸리케는 2015년 11월 18일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가진 친선전에서 0-1로 패했다. 이후 슈틸리케는 큰 경기서 패배가 없었다. 슈틸리케는 한국대표팀을 맡은 뒤 24승4무5패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이란전 패배라면 그 무게감이 다르다. 그간 슈틸리케는 출신리그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를 줬다. 경기결과가 좋지 않아도 원인을 외부에서 찾지 않았다. 반대로 말하면 슈틸리케는 큰 경기서 전술적으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언론에서 수차례 지적한 수비문제도 끝까지 고치지 않아 위험을 자초했다.
이란전 후 슈틸리케가 한 발언은 더욱 큰 실망감을 줬다. 슈틸리케는 이란 원정 무승 징크스에 대해 “한국의 어떤 감독이 와서도 이기지 못했다. 한국축구의 근본적인 원인이 문제다. 유소년 단계에서부터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장의 대표팀과 동떨어진 대답이다. 대표팀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유소년 축구부터 바꿔야한다니 답답한 소리다.
골을 넣지 못한데 대해 자신의 전술적 실패는 인정하지 않았다. 슈틸리케는 “우리 팀에는 카타르의 소리아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었다. 오늘처럼 뛴다면 월드컵 본선진출도 상당히 어렵다”며 핑계를 대 팬들을 실망시켰다.
한국이 어떤 경기를 해도 찬양일색이었던 슈틸리케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달라졌다. ‘전술이 없다’, ‘더 좋은 손흥민이 있어도 쓸 줄 모른다’, ‘이란은 유스가 좋아서 1위인가’라며 냉소가 쏟아지고 있다.
현 시점에서 대표팀에 필요한 것은 문제를 인정하고 고칠 수 있는 자아성찰과 전술적 대안이다. 슈틸리케는 남탓으로 언론 및 팬과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할 시간이 없다. 슈틸리케는 부임 후 2년 만에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