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토크②]‘무도’ 김태호PD “유재석 의존도, 줄길 바랐는데 더 높아졌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0.12 07: 45

영화 ‘아수라’ 출연 배우들이 함께 했던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신들의 전쟁’ 특집. 곽도원은 경기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광희와 양세형에게 계속 설명을 하는 유재석을 보며, 계속 이런 식으로 10년간 끌고 온 거냐고 놀라워 했다. 도를 닦느냐까지 말했다. 새 멤버가 합류하고 기존 예능을 잘 만들어가던 멤버들이 하차한 후 유재석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유재석이라는 이미지 소모가 더 커진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김태호 PD에게 물었다.
“유재석 씨는 우리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시청자들이 원하는 이미지가 있다. 유재석 씨 의존도가 예전보다 줄어들길 초창기에 바랐는데 지금 더 높아진 게 있다.”

결국 ‘무한도전’ 멤버들의 고른 활약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현실적으로 어렵겠지만 어떻게 보면 ‘무한도전’ 속 예능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웃기는 성장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존재한다.
“예능 캐릭터의 성장?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사실 노홍철 씨가 그런 역할을 해왔는데 빠졌다. 노홍철 씨는 ‘선택 2014’ 특집 때 유재석 씨에게 버금가는 파워를 가지고 있었다. 그게 노홍철 씨의 성장이었다. 한축이 빠진 거다. 그때 멤버들끼리 각자 예능을 바라보는 예능 정의에 있어서 의견이 달랐다.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씨는 궁극적으로 웃음은 노력해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우리에게 혼란을 준 건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였다. ‘아빠 어디가’ 윤후가 카레 치킨을 만드는 게 방송에서 30분동안 나갔다. 우리가 어렵게 만드는 몸개그와 버라이어티보다 재밌는 건가? 처음엔 혼란스러웠다.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 나올 때마다 우리가 올드한 것을 만들고 있는 건가 순간순간 이야기한다. 우리는 웃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노홍철 씨는 달랐다. 노홍철 씨는 윤후가 아빠와 여행을 가고 잔잔한 감동을 안기는 게 예능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노홍철 씨가 재미를 위해 과하게 표현을 하다 보니 출연자의 애들도 공개해야 하고 아내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한 거다.”
‘선택 2014’ 특집은 방송 10년을 맞은 ‘무한도전’이 향후 10년을 끌고갈 차세대 리더를 뽑겠다는 주제 하에 국민 투표를 진행한 구성이었다. 당시 지방선거 사전 투표를 홍보하는 효과가 있었고, 실제 정치판과 비교하는 재미도 있었으며, ‘무한도전’ 내의 산적한 고민과 과제도 엿볼 수 있었다. 멤버들이 만들어가는 상황극의 흥미도 높았다. 시청자들이 웃고 즐긴 부분은 딱 여기까지였다. 그런데 김태호 PD와 제작진, 그리고 멤버들이 이 특집을 마련한 진짜 이유는 달랐다.
“우리가 지난 10년을 달려왔는데 앞으로 10년을 어떻게 달려야 할지, 그리고 예능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시청자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시청자분들이 현명한 답을 주셨다. 우리가 노력해서 웃음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새로운 예능 장르도 놓치지 말라고 답을 주셨다. 사전 투표 홍보 효과가 생겨서 대통령 표창도 받았지만 사실 우리가 바란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우리가 성장하면서 잃어버렸던 모습에 대해 생각하고, 시청자분들이 그 모습을 원하는 것인지, 지금 가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는 것인지 답을 얻고자 했다. 충분히 현명한 답을 얻었다.”
‘무한도전’은 최근 500회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11년간 김태호 PD를 중심으로 6명의 멤버들은 끊임 없이 성장했다. 늘 크나큰 노력을 하는 멤버들이지만 연출자로서 불만은 없을까.
“우리끼리 내홍이 있었던 적은 없다. 다만 제작진이 멤버들에게 혹은 멤버들끼리 뭔가가 고쳤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을 거다. 그런데 최근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자체도 ‘무한도전’이다. 바뀌었으면 하는 것들이 10년이 지났는데 바뀌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현실 그 자체를, 생활하는 것 자체가 ‘무한도전’이라고 인식하는 순간 갈등과 고민거리는 없어진다. 그런 이야기를 멤버들과 특히 유재석 씨와 많이 했다. 서로 다른 것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자고 했다. 방송에서도 했었는데 에어로빅 특집 때 박명수 씨가 정규 녹화가 끝나고 집에 간다고 했다. 정규 녹화 외에 연습이 필요했는데 아이를 봐야 한다고 했다. 그때는 멤버들과 제작진이 미혼이라 이해를 못해 당황스러웠다. 아빠가 된 박명수 씨의 육아에 대한 책임감을 이해 못했다. 지금은 충분히 공감하고 웃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다. 그때는 언쟁이 있었다. 10년이 지나니까 이제 그런 것들이 이해가 되고, 굳이 서로 이건 잘못됐으니 고쳐야한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다들 미혼일 때는 촬영 후 모이는 일이 많았다. 요즘은 서로의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연스럽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서로에 대해 늘 관심을 갖고 있다.”
‘무한도전’은 일정한 구성 없이 매주 새로운 도전을 해왔다. 11년의 방송 시간, 어느 순간부터 ‘무한도전’은 과거 ‘무한도전’과의 싸움을 벌이는 느낌이다. 하차한 멤버들에 대한 추억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이미 흘러간 특집들의 잔상이 발목을 잡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지 않느냐는 걱정의 시선, 제작진은 흔들림 없이 뚜벅뚜벅 제 갈 길을 가고 있다. 늘 새로움을 고민한다.
“우리나라처럼 매주 90분에서 100분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나라가 없다. 심지어 고정 멤버들이다. 회의 때 많은 고민을 한다. 만약에 가을 운동회를 계획한다면, 모든 시청자들 머릿속에 가을 운동회 구성이 나올 거다. 흔한 구성이다. 가방 하나씩 들고 오프닝을 한다. 버스를 타고 게임을 한다. 도시락을 열어보고 보물찾기를 한다. 일련의 익숙한 구성들에서 3%라도 바꿔보려고 회의를 하는 거다. 우리가 예전에 해왔던 것들이다. 화법을 바꾸고 톤을 바꾸기 위해 회의를 한다. 예전에는 필요 없었던 작업이다. 예전보다 몇 배가 되는 인력이 회의만 매달린다. 아이디어가 없어서가 아니라 예전에 했던 것과 차별성을 가지려는 싸움이다. 요즘 재밌고 좋은 예능이 많다. 그들과의 차별성을 주기 위해 또 회의를 한다. 어떨 때는 목요일이 녹화인데 수요일 밤 혹은 목요일 새벽에 녹화를 취소한다. 그런 일이 많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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