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환, 1차전 최악 실책 극복하며 2차전에선 공수 맹활약
실수 바로 다음날 마음을 다잡으며 준플레이오프 활약도 예고
“오늘은 MVP로 인터뷰해서 기사 더 많이 만들겠습니다.”
전날 최악의 실책을 범한 선수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보통 선수라면 취재진을 피할 수도 있었으나, 오히려 자신감을 비췄다.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이 아픔을 딛고 올라서며 팀의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힘을 보탰다.
오지환은 11일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앞두고 밝은 얼굴로 그라운드에 섰다. 취재진을 향해 “1차전을 앞두고 기삿거리 많이 드리겠다고 했는데 현실이 될 줄 몰랐다”면서 “크게 충격 받지는 않았다. 경기 끝나고 문자 70개가 와있어서 놀라기는 했다. 그래도 10시부터 잘 잤다”고 웃었다. 덧붙여 오지환은 “오늘은 MVP로 인터뷰해서 기사 많이 만들겠습니다”고 재치 있게 말했다.
만일 LG가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패했다면, 오지환에게 2016년 10월 10일은 머릿속에서 지우고 싶은 날이 됐을 것이다. 오지환은 10일 경기였던 와일드카드 1차전 4회초 2사 2, 3루에서 안치홍의 타구에 실책을 범하며 2점을 내줬다. 오지환의 실수로 선취점을 내준 LG는 2-4로 KIA에 패배, 2점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벼랑 끝에서 2차전에 임하게 됐다.
하지만 오지환은 2차전에서 전날 부진을 완벽히 만회했다. 단 하나의 에러도 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호수비로 상대의 득점을 저지했다. 2차전 6회초 1사 2루 위기에서 나지완의 중전 적시타가 될 수 있는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유격수 땅볼로 만들었다. 넓은 수비 범위와 빼어난 반사 신경으로 상대의 선취점을 지워버린 순간이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오지환은 8회초 2사 2루에서 나지완의 2·3루간으로 흐르는 깊숙한 타구를 잡아 1루에 송구, 그대로 이닝을 종료시켰다. 강한 어깨를 지닌 오지환 만이 해낼 수 있는 플레이가 나오면서 2루 주자 김주찬은 홈을 눈앞에 두고 득점에 실패했다. 비록 2차전 MVP가 되지는 못했어도, 두 차례 실점을 막으며 MVP에 준하는 활약을 했다.
타석에서도 나쁘지 않았다. 오지환은 1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2루타를 날린 것에 이어 2차전에선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2차례 출루했다. 1차전의 아픔을 완벽히 씻는 2차전 공수 맹활약이었다. 2013시즌 플레이오프, 2014시즌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던 오지환은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이 1할4푼6리(41타수 6안타)였다. 올해 가을야구 두 경기를 통해 포스트시즌 타격 징크스서도 탈출한 것이다.
사실 오지환은 그 누구보다 험난한 신예시절을 보냈다. 입단 2년차부터 1군 주전유격수로 나선 2010시즌, 리그 최다 에러(27개)와 최다 삼진(137개)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당시 LG는 오지환 외에는 마땅히 출장시킬 유격수가 없었고, 오지환의 고통은 이후 2, 3년 동안 반복됐다. 실책을 범할 때마나 날카로운 비난이 오지환을 향했고, 오지환은 맨 몸으로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했다.
그런데 이러한 경험이 결국에는 오지환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수도권 A팀 감독은 오지환을 두고 “정말 멘탈이 강한 선수다. 보통 선수 같으면 이미 2, 3년차 때 유격수를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지환은 될 때까지 버텼고, 결국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선수가 됐다”고 오지환을 칭찬했다.
오지환은 오는 13일부터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시리즈에 들어간다. 올 시즌 넥센전 성적은 13경기 40타수 12안타. 공수주 기어를 올린 오지환이 준플레이오프서도 뜨거운 활약을 펼치려 한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