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무딘 창끝이 이란전서 민낯을 드러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2일(한국시간) 새벽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서 끝난 이란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서 전반 아즈문에게 선제 결승골을 허용해 0-1로 패했다.
4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한 한국은 2승 1무 1패(승점 7)에 그치며 이란(3승 1무, 승점 10)과 우즈베키스탄(3승 1패, 승점 9)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한국의 9회 연속 본선행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 슈팅 3-유효슈팅 0
한국은 최종예선 3경기를 치르는 동안 4실점하며 뒷마당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3경기서 6골을 뽑아낸 공격진이었다. 시리아전 무득점에 그쳤지만 중국, 카타르전서 각 3골씩 기록했다.
손흥민(토트넘)을 필두로 지동원, 구자철(이상 아우크스부르크),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등 소속팀서 물오른 해외파에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까지 가세해 더할 나위 없는 앞선이었다.
슈틸리케 감독도 카타르-이란과 2연전을 앞두고 "김신욱의 가세로 석현준, 지동원과 함께 전혀 다른 유형의 스트라이커 3명을 보유했다"며 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카타르전까지만 하더라도 공격진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란전서 무딘 창끝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란은 그간 상대했던 팀들과는 분명 달랐다. 아자디의 창살은 제법 단단했다.
한국이 이란전서 시도한 슈팅은 단 3개에 불과했다. 유효슈팅으로 연결된 것은 없었다. 이란 골문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반면 이란은 13개의 슈팅 중 4개를 골문 안으로 보냈다.
▲ 무색무취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 최전방 공격수로 지동원을 내세웠다. 물오른 골감각에 왕성한 활동량의 지동원으로 이란을 흔든 뒤 힘이 떨어졌을 때 김신욱과 석현준으로 재미를 본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연계가 좋고, 소속팀서 한솥밥을 먹는 구자철이 없자 지동원의 장점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공격진이 전체적으로 부진했지만 지동원은 전방에서 고립되기 일쑤였다. 색깔을 잃은 한국의 창끝은 전혀 이란을 위협하지 못했다.
전반 내내 졸전을 면치 못한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변화를 꾀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알 가라파)을 빼고 우측 풀백 장현수(광저우 푸리)를 그 자리에 세웠다. 교체투입된 홍철(수원)이 좌측 풀백에 자리했고, 오재석(감바 오사카)이 우측으로 자리를 옮겼다.
효과는 없었다. 한국은 후반 중반까지 이렇다 할 소득을 올리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다소 늦은 22분이 지나서야 김신욱을 투입했다. 초반 간헐적인 크로스가 부정확했지만 후반 막판 김신욱의 머리에 맞는 횟수가 늘어났다. 이란의 수비진은 김신욱의 제공권을 당해내지 못했다.
딱 거기까지였다. 김신욱이 머리로 떨군 볼을 받아내는 동료들이 없었다. 김신욱이 그라운드를 밟은 23분도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무색무취의 전술로 내용과 결과를 모두 내준 채 끌려갔던 한국으로서는 분위기를 뒤집을 김신욱 카드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doly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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