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부터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 돌입하는 넥센 히어로즈.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11일부터 훈련을 시작한 넥센 선수단은 올 시즌 넥센의 팀컬러를 상징하듯 어린 선수들이 많았다. 아직 준플레이오프 엔트리가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날 모인 선수들이 엔트리라 가정할 때 외국인 선수 2명을 제외하면 9명이 가을 야구를 처음 경험해보는 선수들이었다.
그 명단에서 황덕균에 이어 2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가 2005년 현대에 입단한 프로 12년차 투수 이보근이다. 이보근은 이번 준플레이오프가 프로 데뷔 후 첫 포스트시즌이다. 공익 근무를 마치고 복귀해 데뷔 후 처음으로 리그 홀드왕(25홀드)이라는 타이틀을 따낸 이보근은, 어색하게도 올해 '처음'이라는 단어를 많이 달게 됐다.
이보근은 이날 훈련을 마친 뒤 "1군에서 보낸 시즌 중 2차례 팀에 가을 야구 기회가 있었는데 2006년, 2013년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그리고 2014년, 2015년은 공익 근무를 하면서 팀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넥센은 그가 본격적으로 1군에서 활약하기 시작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하위권에 머물렀다.
이 때문에 이보근은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을 TV로 지켜봐야 했다. 그는 "2014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팀이 9회말 1-2 끝내기 패배를 당할 때 같이 울컥했다. (손)승락이 형이 8회 무사 만루를 넘기는 것을 봤기 때문에 9회 역전당하는 것을 보고 더욱 감정 이입했던 것 같다"며 멀리서 지켜봐야 했던 팀의 가을 야구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이제는 그가 필승조 역할을 해야 할 차례다. 이보근은 김상수와 함께 손혁 투수코치가 꼽은 이번 준플레이오프 키플레이어기도 하다. 이보근은 "아직 경기를 하지 않아서인지 포스트시즌이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게 되면 내가 책임지는 이닝에서는 절대 점수를 주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던질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보근은 "나는 그렇게 긴장되지 않는데 가족들이 더 떨려하고 있다. 부모님, 그리고 특히 아내가 많이 긴장한다. 구장에 오겠다고 했는데 떨려서 오지 못할 것 같다고 하더라. 데뷔 후 아프지 않고 한 시즌을 풀로 소화한 것이 올해 처음인데 아내가 집에서 내조만 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아내에게 고마워서 더 열심히 던지겠다"고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드러냈다.
넥센은 지난해 한현희, 조상우, 손승락으로 이어졌던 필승조가 부상과 이적으로 모두 엔트리에 남아있지 않다. 대신 새 필승조 이보근, 김상수, 김세현이 그 역할을 해내야 한다. 그중에서도 처음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이보근이 맞는 가을은 남다르다. 스스로 "말도 안되는 것 같다"고 고개를 저은 홀드왕 등극에 이어 그가 올 시즌 잊지 못할 추억을 또 하나 만들어낼 수 있을까.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