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상이 아니었다. 허상에 불과했다.
불과 6개월 전 한국 축구는 새로운 기록 작성에 기뻐했다. 한국은 지난 3월 27일(이하 한국시간) 태국과 원정 친선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A매치 9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을 작성했다. 게다가 쿠웨이트에 3-0 몰수승을 거두면서 무실점 기록은 10경기로 늘어났다.
무실점 기록은 축구 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자랑스러워 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에서 이어가던 전승 행진과 묶어 "전승에 무실점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좋은 기록 이어가야 한다"며 취재진에게 보도를 촉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의 수비가 강해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당연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말처럼 무실점 전승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축구의 역사를 바꾸기까지 했으니 칭찬을 받아 마땅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큰 의미는 없었다. 어디까지나 약체를 상대로 거둔 무실점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무실점 기록은 강팀을 만나자마자 깨졌다. 한국은 6월에 치른 유럽 원정 친선경기에서 스페인을 만나 6골을 허용했고, 체코에도 1골을 내주고 말았다.
문제는 유럽 원정에서 내준 실점이 아니었다. 2차 예선에서는 통했던 수비가 최종 예선에서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중국과 첫 경기에서 3-0으로 이기던 한국은 내리 2골을 허용하며 간신히 이겼고, 이전 2경기서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카타르에도 2골이나 내줬다. 중국과 카타르를 상대로 승전보를 전해 수비의 흔들림은 어느 정도 묻혔지만 해결책은 찾지 못했다.
결국 그 문제는 이란전에서 터지고 말았다. 중국과 카타르를 상대로 압도적인 공격으로 수비의 흔들림을 가렸던 한국은 이란에는 그러지 못했다. 이란이 13차례 슈팅을 할 동안 3차례 슈팅에 그친 한국은 이란에 내준 선제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고개를 숙였다.
이란은 한국과 조 선두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 아시아의 강호다. 이란을 만나기 전에 수비의 흔들림을 해결했어야 했다. 그러나 승리의 달콤함과 2차 예선에서 기록한 무실점 기록에 만족한 한국은 그러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수비의 흔들림을 해결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란전을 치른 직후 각자의 소속팀으로 돌아가는 선수단은 11월 7일에야 다시 소집된 후 11월 15일 우즈베키스탄과 홈경기를 치른다. 1주일의 시간은 수비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너무 짧다. /sportsh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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