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빌딩’을 선언한 KIA와 LG의 가을 희비는 엇갈렸다. 그러나 객관적인 전력의 약세에도 불구하고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냈고 장기적인 발판을 놨다는 점은 동일했다. 이긴 LG는 더 좋았지만, 진 KIA도 영 못마땅한 시즌은 아니었다.
두 팀은 올 시즌을 앞두고 ‘리빌딩’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가졌다. KIA는 지난해 김기태 감독의 부임 이후 일찌감치 팀의 새판을 짜고 있었다. 베테랑 선수들과 작별을 고하고, 대신 그간 1군 경험이 거의 없었던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중용했다. 물론 상황이 강제한 점도 있지만 신선한 시도였다. 그럼에도 팀 성적이 최악까지 곤두박질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올해 희망이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LG도 마찬가지였다. 양상문 감독은 “지금의 어린이 팬들이 나중에 성인이 됐을 때 강한 팀이 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당장의 성적보다는 팀의 체질을 바꾸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9번 이병규’로 대변되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양 감독은 뚝심을 지켰다. 성과는 있었다. 투·타 모두에서 젊은 선수들이 성장을 거듭하며 치열한 5강 싸움에서 4위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그런 두 팀이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맞붙었으니 ‘리빌딩 시리즈’의 라벨이 붙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리빌딩이 승리와 함께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가을야구의 더 높은 곳은 욕심이 날 법했다.
젊은 선수들의 활약은 쏠쏠했다. 경험을 쌓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적도 냈다. 1차전에서 KIA는 경험이 부족한 포수 한승택이 선발 헥터 노에시와 호흡을 맞춰 LG 타선을 막아냈다. KIA 최대의 불안요소를 깨끗하게 지운 활약으로 경기 후 김기태 감독도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노수광도 안타를 쳤다. LG는 이천웅 유강남이 안타 하나씩을 때려냈고 올 시즌 불펜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김지용도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2차전에서는 류제국과 양현종의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두 투수는 6회까지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도 LG는 양석환 문선재 오지환 등 20대 선수들이 안타를 치며 분전했다. 오지환은 6회 1사 2루에서 나온 나지완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건져내며 KIA의 선취점을 막았다.
결국 승부는 9회 LG의 손에서 갈렸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빛났다. 무사 1루에서 대주자 황목치승이 과감한 도루를 성공시켜 승기를 가져왔고, 이어진 1사 1,2루에서는 대타 서상우가 우전안타로 만루를 만들었다. 그리고 김용의가 끝내기 희생플라이를 터뜨렸다. 한 시즌 내내 새로운 선수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 LG가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