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김윤진, 美서 인종차별 딛고 ★이 되다[대기실습격②]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10.17 08: 12

김윤진은 미국에서.학창시절을 보냈고 예술 고등학교에서 연기자의 꿈을 꿨다. 보스턴 대학교 학위까지 받은 뒤 고국으로 넘어와 본격적으로 연기 활동에 집중했고 1997년 마침내 '인생작'인 '쉬리'를 만났다. 
당시에는 영어에 능통한 한국 배우가 많지 않아 미국에서 큰 관심을 보였고 김윤진은 2003년 7월 윌리엄 모리스 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에는 다시 한번 '인생작'으로 꼽을 수 있는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 권선화 역할로 캐스팅 돼 2010년 종영 때까지 활약했다.

◆"미국 진출, 무식하니 용감했죠" 
'월드 스타'로 부상하기까지 미국에서 김윤진은 결코 녹록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때론 인종차별에 남몰래 속앓이했고 한국과 다른 문화 때문에 상처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배우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로 미국 진출을 꼽았다. 
"미국에서 일을 시작하겠다고 한 건 꽤 용감했던 일이었어요. 무식하면 용감한 게 맞더라고요. 나름 작전도 괜찮았고요. 바쁜 척 잘난 척을 조금 했거든요. 미국은 자기 PR이 중요하니 한국 스케줄이 없는데도 바빠서 미팅 시간을 그들이 맞추게끔 했죠."
이와 함께 노력도 통했다. 이번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김윤진은 기자에게 먼저 다가와 말을 걸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눴는데 이러한 그의 태도는 미국에서도 상대의 마음을 열게 만들기 충분했다. 상대에 대해 하나라도 더 공부하고 연구해서 즐겁게 대화를 이끄니 자연스레 인간 김윤진에게 반할 수밖에.   
"호감도를 높이면 돌아오는 반응이 다르죠. 노력을 안 하고 미팅에 갔을 때보다 조금이라도 연구해서 간 경우에 구체적인 답이 오더라고요. 최선을 다하면 티가 나는 법이니까요. 이러한 노하우를 나름 빨리 터득해서 좋은 인상을 심어줬고 내 개성을 알린 게 통한 것 같아요. 부지런하게 잘했다 스스로 칭찬해줘도 되겠죠?"
◆"뻔뻔하지만 재치있게, 저만의 노하우를 터득했죠"
노력한 결과 '로스트'라는 행운의 작품을 만난 김윤진은 대한민국 출신 배우로는 처음으로 미국의 주요 TV 드라마에서 주연급 배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2010년 종영 후에는 '미스트리스'에서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했다. '월드 스타'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은 배우다. 
"다만 '로스트'에 합류했을 때 평생 이 작품을 만날 확률이 얼마인지 잘 몰랐다는 게 아쉬워요. 운이 좋아 감사했지만 얼마나 대단한 드라마인지 제대로 몰랐으니 충분히 누리지도 못하고 즐기지도 못한 것 같아요. 일찍 알았다면 훨씬 더 즐기면서 감사하게 생각했겠죠."  
'로스트'와 '미스트리스'를 통해 김윤진은 한국 배우의 파워를 미국에 확실히 알렸다. 비록 인종차별을 느끼는 순간이 종종 있었지만 김윤진 특유의 여유와 그동안 터득한 자신만의 노하우로 상황을 재치있게 넘겼다. 누가 가르쳐 준 게 아니라 스스로 캐치한 센스다. 
"'미스트리스' 촬영 때 동양인 정신과 의사였잖아요. 제 방을 꾸미면서 일본어 소설, 중국 문학집 등을 꽂아 놓고 동양적인 느낌으로 인테리어를 했더라고요. 그래서 웃으면서 '우리 집에 이런 거 하나도 없어요. 처음 봤네요'라고 말하니 스태프들이 알아서 눈치채고 치워줬죠. 상처받을 게 아니라 큰 소리로 웃으면서 좋게 얘기하면 되더라고요."
"한번은 상대 배우가 제 연기 턴 때 안 나타난 경우가 있었어요. 그냥 상대가 있는 것처럼 연기할 수도 있었지만 '내가 기다릴게'라며 태연하게 앉아서 기다렸죠. 스태프들이 난리났어요. 결국 그 배우를 데리고 왔고 전 태연하게 반겨주면서 제 연기를 했죠. 민망해하지 말고 오히려 내 상황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게 좋더라고요."  
김윤진의 이름은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려운 편이다. 그래서 여러 차례 자신의 이름을 소개해야 했는데 이 역시 '로스트' 때였다면 상처받았을 수도 있지만 '미스트리스' 땐 확실히 기억할 수 있게끔 어필하면서 상대에게 팁을 줬다고. 
"연기만 잘하는 것도 머리가 복잡한데 그 환경에 대처해서 그들이 나를 정확히 알도록 해야 하니 어려웠어요. 하지만 기분 나빠하지 않아야 다음 현장에 올 때 기분이 좋을 테니 최대한 서로가 덜 무안하게 유머스럽게 넘기는 거죠. 나도 보호하고 그들도 보호하면서 현장 모두가 해피하게 만드는 것도 배우의 역할이니까요. 재치있게 대처하는 방법 밖에 없더라고요." (인터뷰③에서 계속) /comet568@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로스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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