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니맨' 최익성, "에이전트 제도가 꼭 필요한 이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0.11 13: 04

선수협 자문위원으로 공정위 찾은 최익성
"에이전트 없어 선수들 불합리 많이 당해"
"여전히 선수들에겐 불합리하고 열악한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프로야구단과 선수 간의 불공정 약관조항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 브리핑 현장에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선웅 변호사와 함께 최익성(44) 전 프로야구 선수가 찾았다. 선수협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최익성은 2000년 선수협 창립의 핵심 멤버이기도 했다. 은퇴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선수들의 권익 개선을 위해 공정위 현장을 방문한 것이다.
지난 1994년 삼성에 입단한 외야수 출신 최익성은 1997년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1999년 한화로 이적한 뒤 2000년 LG, 2001년 KIA, 2002년 현대, 2004년 삼성, 2005년 SK로 6번이나 팀을 옮기며 떠돌이 생활을 했다. 2005년을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하기까지 12년 동안 KBO리그 역대 최다 이적 기록을 썼다.
최익성은 "난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 가장 많이 팀을 옮긴 선수였다. 구단마다 문화가 다 다르다. 연봉 계약 후 계약서를 주는 구단이 있고, 안 주는 구단도 있다. 트레이드를 할 때도 밤 12시에 전화 한 통으로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선수로서 존중을 받지 못할 때가 많았다"고 선수 시절을 돌아봤다.
이어 그는 "선수는 계약에 있어 구단으로부터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가 선수로 뛸 때도 그렇고, 지금 후배들도 마찬가지"라며 "선수가 구단 직원과 만나 연봉 협상을 하는 것도 보통 힘든 게 아니다. 매일 같이 밥 먹고 함께 지내는 사람들과 계약 문제를 갖고 민감한 이야기를 풀어가기 어렵다"고 선수들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또한 최익성은 "밖에서 보는 것에 비해 여전히 열악한 부분들이 있다. 에이전트가 없기 때문에 선수가 야구뿐만 아니라 계약 문제까지 다 해결해야 한다. 협상을 하더라도 결국 구단을 이길 수 없다. 연봉조정신청을 해도 무조건 선수가 진다. 에이전트들이 있어야 선수들의 불합리한 문제들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액 선수들의 연봉 감액 문제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공정위에 의해 시정 조치가 내려졌지만, 선수협이 바란 조항 삭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익성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박찬호와 추신수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고 해서 FA 계약한 것을 안 받지 않는다. 반대로 금액이 적은 FA가 고수익을 냈을 때 연봉을 다시 올려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여러 후배들이 그런 문제로 자문을 구하러 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런 민감한 문제들을 위해서라도 에이전트가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최익성의 바람대로 KBO리그의 에이전트 제도는 내년 시즌을 마친 후 2018년 연봉 계약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올 겨울은 준비 과정이다. KBO 관계자는 "선수협과 함께 에이전트 제도의 시행 세칙을 다듬는 게 우선이다. 에이전트 심사를 통해 자격 제한 요건과 등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시장에 큰 혼란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10월 중으로 큰 틀에서 어느 정도 세칙이 정해질 것이다"고 밝혔다. /waw@osen.co.kr
[사진] 2005년 SK 시절 최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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