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악몽에서 깨어난 제주유나이티드(SK 에너지 축구단, 이하 제주)의 주장 오반석(28)이 상위 스플릿 무대를 앞두고 축구화 끈을 질끈 동여맸다.
이번 시즌 오반석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지난 겨울 스포츠탈장 수술로 인해 4월 16일 포항전에서야 복귀할 수 있었지만 6월 15일 상주전을 앞두고 왼쪽 내측인대 부상으로 다시 쓰러졌다. 7월 20일 성남전에서 다시 복귀했지만 8월 17일 수원전에서 허리 부상을 당하며 진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주장을 맡아 팀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왔던 오반석 이었기에 무거운 자책감과 미안함이 동시에 몰려왔다. 제주는 이광선-권한진-백동규 스리백으로 위기를 타개하면서 3년 연속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팀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던 오반석의 리더십은 늘 그리운 존재였다.
하지만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었다. 오반석은 허리 디스크 판정에도 재활에 박차를 가했고 지난 2일 전남 원정(2-0 승)에서 교체 투입되면서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상위 스플릿 무대를 앞두고 스리백뿐만 아니라 다양한 수비 옵션과 정신적 지주가 필요했던 제주의 입장에선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반석은 "정말 답답하고 미안했다. 주장으로서 팀에 힘을 실어주지 못한 게 너무 죄송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힘든 상황에도 잘 해줘서 고맙다. 오히려 내가 없으니 수비가 더 강해진 것 같다. 내가 필요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웃음)"라고 말했다.
이어 오반석은 순서와 위치에 연연하지 않고 팀을 위해 더 희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경기를 뛰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쉽지만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경기를 밖에서 지켜보니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더 성숙해진 만큼 어느 위치에서라도 제주의 ACL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의 선전을 다짐했다./dolyng@osen.co.kr
[사진] 제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