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아수라’, 변명이 필요한 영화일까
OSEN 박판석 기자
발행 2016.10.11 10: 20

 변명의 여지는 없다. 정우성, 황정민, 주지훈, 곽도원, 정만식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포진했고 제작비도 충분히 썼다. 끝까지 가는 악인들의 지옥도를 그리겠다는 김성수 감독의 야심 찬 포부가 제대로 구현됐다. 마케팅이나 광고로 관객을 속이거나 눈살이 찌푸려지는 PPL도 없었다. ‘아수라’는 양심적으로 만들어졌지만 많은 관객이 극장을 보기에 불편했을 뿐이다.
‘아수라’는 초반 흥행은 거침없었다. 개봉 6일만에 200만을 돌파했다. 개봉 초반 거침없는 흥행세를 보인 것과는 달리 엇갈리는 입소문으로 뒷심이 빠지며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맨 인더 다크’에 밀려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 중이다. 개봉 14일이 지나 250만을 돌파했다.
‘아수라’에서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는 것은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개연성 없이 악행을 저지르고 그 악행이 비현실적으로 계속된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악인들이다. 모두 개인적인 욕망이나 욕심 혹은 지금까지 저질러온 잘못들로 인해서 누군가를 때리고 죽이고 협박한다. 그게 전부다. 구구절절한 사연이나 복잡한 인과관계는 필요 없다. 악인이기 때문에 모든 사건이 발생한다.

특히 ‘아수라’가 폭력과 사건들은 비현실적이지만 담고 있는 본질은 정확하게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권력이나 힘을 지닌 기득권자들은 그저 더 큰 권력과 폭력 앞에 무릎을 꿇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수라’의 모든 등장인물은 그저 악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삐뚤어진 욕망의 소유자들이다. 그리고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욕구다.
그리고 이런 ‘아수라’ 속 악인들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현실과 놀랍게 닮아있다. 현재 대한민국은 비상식적인 인물들이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다. 말도 안 되는 말을 태연하게 하는 이들을 우리는 매일 매일 방송과 기사를 통해 접할 수 있다. 속 시원한 권선징악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아수라'의 지독한 현실반영은 배신일 수 있다.
그렇지만 ‘아수라’는 그 어떤 관객도 현혹하지 않았다. 단지 예능프로그램에 잘 출연하지 않는 배우들이 ‘무한도전’에 출연했다는 것뿐이다. ‘무한도전’에 출연한 배우들은 홍보보다는 국민 예능에 함께한다는 기쁨이 더 커 보였고 한바탕 즐겁게 놀았다. 물론 '무한도전' 속 배우들의 모습과 '아수라' 속 배우들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
특히 김성수 감독은 악인들의 지옥도를 보여준다고 밝혔고 훌륭하게 악인들의 지옥도를 만들어냈다. 무엇보다 장례식장에서 등장인물들이 모두 만나는 장면에서 폭발하는 긴장감이나 폭우 속 정우성의 카체이싱 장면 등은 할리우드 영화 보다 더 아슬아슬하고 몰입감이 넘쳤다.
‘아수라’는 수준 미달이라거나 뻔한 범죄 액션 영화가 아니다. 잘 만들었다고 해서 모두 흥행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아수라’가 관객의 외면을 받는 이유는 너무나도 힘겹고 고된 현실을 사는 관객들이 심란하고 무거운 영화를 스크린에서 보는 것이 너무 힘겨워서는 아닐까./pps2014@osen.co.kr
[사진] '아수라'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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