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프로야구 계약서 불공정 계약 관행 개선
고액선수 연봉감액 문제, KBO-선수협 의견 갈려
"본질적인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vs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브리핑을 통해 프로야구단과 선수 간의 계약서 4가지 불공정 계약 관행을 개선했다.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고액선수 연봉감액 문제였다. 지난 2004년 만들어진 계약서 제31조이자 야구규약 제73조는 '연봉 2억원 이상의 현역선수 등록선수(1군 등록선수)가 현역선수 등록이 말소되었을 경우 1일당 연봉의 300분의 1의 50%를 감액한다'고 명시했다.
공정위의 약관심사를 통해 이 조항이 바뀌었다. 계약서 제32조 [연봉의 증액 및 감액] '연봉이 3억원 이상의 선수가 선수계약에 따른 경기,훈련 또는 경기나 훈련을 위한 여행으로 인하여 부상, 질병 또는 사고가 발생하고, 그로 인해 현역선수에 등록하지 못한 경우에는 연봉을 감액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시정 전에는 1군 말소 선수의 귀책 여부에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연봉을 감액했다.
또한, 부상선수가 부상의 재발로 1군 등록을 하지 못한 경우퓨처스리그(2군 리그)복귀 후 10경기 이후부터 감액하는 규정을 신설하여 부상선수에게 복귀 후에도 경기 감각을 회복할 시간적 여유를 부여했다. 더불어 연봉 감액 대상 선정기준을 당초 2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함으로써 고액 연봉자의 태업 방지라는 제도의 취지를 살리고 해당 조항이 현실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했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는 이 조항이 아예 삭제되지 않은 부분을 아쉬워했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국장은 "공정위가 2001년 이후 처음 프로야구 선수들의 불공정한 계약을 지적하고, 시정 조치가 내려진 건 의미가 있지만 구단들의 자정 조치가 너무 미흡하다. 연봉 2억원에서 3억원으로 기준을 올려 적용 대상 범위를 줄이긴 했지만 큰 의미가 없다. 본질적인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그 부분이 삭제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고액선수 연봉감액 규정은 지난 2004년 도입됐다. 당시 프로야구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6200만원이었다. 이제는 그 배에 달하는 1억1621만원으로 몸값이 뛰었다. 구단들은 이에 따라 조사에서 적용대상자를 약 10% 연봉자(총 587명 중 64명)로 하고 그 기준을 3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선수협에선 A급 선수들의 평균 연봉이 5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시정된 조항이 큰 실효성이 없다고 봤다.
김선웅 국장은 "LG 이병규(9번)와 과거 두산에서 뛰었던 김동주 선수처럼 부상이 아닌데도 구단의 선수기용 정책에 따라 1군에서 뛰지 못한 선수가 많았다. 구단의 계약 리스크를 전부 선수에게 떠넘기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구단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부분도 있다"며 "공정위 약관심사에 의해 이 조항은 무효가 됐다고 본다. 이를 근거로 조항을 없애는 쪽으로 조치를 취할 것이다"고 향후 법적인 대응도 고려한다고 밝혔다.
반면 KBO에선 공정위 약관심사 결과를 받아들였다. KBO 관계자는 "공정위 결과를 KBO 이사회에서 보고해 논의한 뒤 내년부터 시정해갈 예정이다. 부상 선수의 경우에는 (명문화되지 않았을 뿐) 이미 시행하고 있었던 것이다"며 "연봉감액 조항은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지금껏 200명 정도 되는 FA 선수들이 모두 기량을 발휘한 건 아니다. 현실적으로 이 조항을 없애기는 쉽지 않다. 공정위에서도 이 점을 고려한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정위에선 구단이 지급하는 경기 용구을 선수들은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다루지 않았다. 선수협 김선웅 국장은 "우리가 이야기한 것 중 하나가 이 부분이지만 시정되지 않았다"며 "선수가 구단이 지급하는 용품만을 사용하는 의무 규정은 권리 침해다. 풀어줄 부분은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무상으로 스폰서를 받을 수 있는 스타 선수들을 제외한 저연차, 저연봉 선수들은 용품 구입에 있어 비용 부담이 크다. 결국 선수들에게 피해가 간다"며 견해 차이를 보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