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3년 최고’ 양현종, 가을 접수하고 1인자 등극?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11 05: 55

3년간 KBO 최고 투수… 큰 경기 실적 부족 ‘흠’
LG에 극강 면모, KIA 준PO행 선봉장
보통 프로 선수는 최소 ‘3년’을 잘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3년 정도는 꾸준히 해야 자신의 평균적인 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짝 스타들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는 무대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양현종(28·KIA)은 이제 막 1인자의 길을 닦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양현종은 최근 3년 동안 KBO 리그에서 최고의 성적을 낸 투수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92경기(선발 91경기)에 나가 556이닝을 던지며 41승26패 평균자책점 3.45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에서는 토종 1위임은 물론 에릭 해커(NC·3.51), 앤디 밴헤켄(넥센·3.54), 더스틴 니퍼트(두산·3.75)와 같은 쟁쟁한 외국인 선수를 누르고 전체 1위다. 소화 이닝에서도 역시 전체 1위다. 요약하며 꾸준히 잘 했다.
그러나 아직 ‘큰 경기’에서의 강한 인상이 없다. 아직까지 팬들의 뇌리 속에 완벽한 최고로 각인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다. 기본적으로 포스트시즌 경험이 별로 없다. KIA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에는 3경기에서 7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6.14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2011년 준플레이오프에서는 1경기에서 ⅓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말 그대로 가을의 맛만 봤다.
이에 비해 다른 토종 에이스들은 거의 대부분 큰 무대에서 좋은 인상을 남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양현종의 올 가을은 더 중요하다. 이번 가을에서 뛰어난 활약으로 KIA의 진격을 이끈다면 그야말로 ‘1인자 공인 인증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한다면 이 라벨을 붙이는 데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미디어데이부터 양현종의 투지가 불타는 이유다.
일단 팀의 운명이 양현종의 어깨 위에 올랐다. 11일 LG와의 와일드카드 2차전에 선발 출격한다. KIA는 무조건 이겨야 넥센이 기다리는 준플레이오프로 간다. 양현종의 투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일단 상대 전적은 좋다. 올 시즌 6경기에서 37⅓이닝을 던지며 2승2패 평균자책점 2.41로 호투했다. 유독 LG를 많이 만났는데 6경기 중 5경기가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였다.
양현종의 시대가 열린 최근 3년으로 확장시켜 보면 더 훌륭하다. 15경기에서 93이닝을 던지며 8승3패 평균자책점 2.23의 환상적인 성적이다. 구단별 전적으로 볼 때 표본이 적은 kt(2.22)에 이어 2위다. 15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는 무려 12번이다. LG에는 자신감이 있을 법하다. 숫자대로만 간다면, 양현종은 2차전에서도 적어도 6이닝 3실점 언저리의 성적은 끊어줄 가능성이 크다. KIA는 3점 이상만 내면 해볼 만한 승부가 된다.
변수는 시즌 막판 성적이 조금 좋지 않았다는 점. 9월 15일 LG전 패전(5⅓이닝 4실점)을 비롯, 정규시즌 마지막 10경기 평균자책점은 4.77로 꽤 높았다. 다만 일주일 이상을 푹 쉬고 등판하는 만큼 공에 힘이 넘칠 것이라는 기대감도 여전하다.
강했던 선수는 많다. 최근 3년 동안 양석환(12타수 무안타), 김용의(3타수 무안타), 이형종(4타수 무안타), 정상호(4타수 무안타, LG 소속 기준)에게는 안타를 맞은 적이 없다. 박용택(.138), 오지환(.167), 채은성(.174), 히메네스(.217) 등 LG 주축 타자들에게도 굉장히 강했다. 조심해야 할 타자는 문선재(.350, 3홈런), 유강남(.333), 손주인(.320), 정성훈(.278, 1홈런) 등 주로 우타자들이다.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양현종의 가을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한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