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 ‘벤치 대결’ 김기태 기선제압, 양상문 반격 준비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11 06: 00

1차전 필 전진배치 적중, LG 대타 카드 실패
상반된 2차전 환경, 타순·투수교체·작전 관심
벤치의 지략 대결에서 먼저 웃은 것은 김기태 KIA 감독이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한 번 더 웃어야 한다. 양상문 LG 감독이 가지고 나올 수도 흥미로워졌다.

KIA는 1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LG와의 1차전에서 4-2로 이기고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포스트시즌 일정을 붙잡은 KIA는 11일 2차전에서 극적인 역전 준플레이오프행을 꿈꾼다. 그러나 정규시즌 4위의 이점이 있는 LG도 여전히 불리하지는 않다. 최소 지지만 않으면 KIA의 맹렬한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
집중력의 우위가 KIA 1차전 승리의 비결이었다. 공·수·주 모두에서 LG를 한 발 앞섰다. 여기에 김기태 감독의 전략도 잘 맞아 떨어졌다. 특히 외국인 타자 브렛 필을 2번 타순에 전진 배치시킨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한국에서는 첫 가을무대인 필은 이날 안타 두 방을 때렸고 모두 득점으로 이어졌다. 리드오프 김선빈이 침묵한 상황에서 더 빛났다. KIA 공격의 첨병 몫을 톡톡히 했다.
불펜 배치와 운영도 비교적 무난하게 이뤄졌다. 사실 8회 김선빈의 실책으로 위기가 와 갑작스레 판이 변한, 까다로운 상황이었다. 다만 고효준 윤석민 임창용으로 이어지는 불펜이 추가 실점을 잘 막았다. 1차전에 양현종을 쓰지 않고 상대전적에서 조금 처지는 헥터를 뚝심있게 밀어붙인 것도 성공적이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양현종이 온전한 컨디션으로 2차전에 출격하는 '큰 그림'이 됐다.
이에 비해 LG는 병살타만 세 개가 나왔고, 꽉 막힌 타선을 자극하는 이렇다 할 작전도 만들어보지 못한 채 경기를 내줬다. 정확한 팀 사정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8회 무사 1,3루 상황에서 1루 주자 유강남을 대주자로 바꾸지 않은 부분은 논란이 되기도 했다. KIA에 비해 야수 인원이 많은 LG라 더 속쓰린 장면이었다. 유강남은 고효준의 폭투 때 2루를 돌아 3루로 가다 아웃, LG 추격 흐름이 완전히 끊겼다.
하지만 이제는 지나간 경기다. 2차전은 새로운 환경 속에 진행된다. 기본적인 타순부터가 관심이다. 1차전 선발은 KIA가 우완(헥터), LG가 좌완(허프)이었다. 2차전은 반대다. KIA가 좌완(양현종), LG가 우완(류제국)이다. 양현종과 류제국은 올 시즌 상대전적들이 좋다. 최근 컨디션도 나쁘지 않았다. 이를 깨기 위한 타순 싸움이 경기 초·중반의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크다.
김기태 감독은 10일 경기가 끝난 뒤 1차전 라인업은 ‘변칙’이라고 설명했다. 류제국을 맞아 2차전에는 정상적인 타순으로 복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동욱의 출전 여부에 따라 꽤 큰 조정이 있을 수 있다. 양상문 감독은 양현종에 강했던 문선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반대로 양현종에 약했던 중심타자 박용택의 출전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두 감독의 ‘승부사’ 기질이 오더에 묻어날 수 있다. 얼마나 맞아떨어질지는 두 팀의 생사를 쥐고 있다.
선발투수가 완투를 한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불펜 운영도 중요하다. KIA는 LG에 비해 투수가 2명 더 많은 반면, LG는 질적인 측면에서 밀리지 않는다. 두 팀 모두 전날 선발 2명을 제외하면 모든 인원이 대기할 전망이라 투수 교체 타이밍도 관심을 모은다. KIA는 1차전에서 대타 카드가 한 번도 없었고, LG는 세 번 모두 실패했었는데 이런 부분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김기태 감독(왼쪽)-양상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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