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결승타가 없다. 유격수 실책이 곧 결승점이었다. KBO 리그에 새로 생긴 '와일드카드'의 패턴이다.
KIA는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4-2로 이겼다. 이날 패하면 탈락이었던 KIA는 기사회생하며 KBO 리그 최초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열게 했다. 1경기만 이기면 바로 준플레이오프행 열차를 탈 수 있었던 LG는 2차전까지 치르게 됐다.
올 시즌 KIA에 압도적으로 강했던 LG의 데이비드 허프는 이날도 호투를 이어갔다. 헥터 역시 1회 30개의 공을 던지며 힘을 빼는 듯 했지만 2회부터 안정감을 되찾으며 투수전을 든든히 지켰다. 이날 팽팽한 접전 속 분위기를 먼저 가져오는 팀이 기선 제압에 성공할 듯 보였다.
그 주인공은 KIA였다. 그러나 KIA가 만든 것은 아니었다. KIA는 4회 1사 2,3루 찬스를 만들고도 이범호의 2루수 뜬공으로 분위기가 끊기는 듯 했고 안치홍도 유격수 쪽으로 평범한 땅볼 타구를 보냈다. 그런데 유격수 오지환이 바운드를 잘못 맞추면서 공이 뒤로 흘렀고 그 틈에 주자 2명이 모두 홈을 밟으면서 KIA가 2-0으로 먼저 앞섰다. 이 점수는 결국 결승점이 됐다.
KIA 유격수 김선빈은 2회 1사 1루에서 유강남의 강한 타구를 다이빙 캐치해 병살타로 연결한 뒤 4회 1사 1루에서도 채은성의 타구를 다시 몸을 날려 잡아내며 '작은 거인'의 복귀를 알렸다. 다만 김선빈도 8회 무사 2루에서 대타 이병규의 뜬공 타구를 놓치면서 LG에 2-4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양쪽 유격수의 실책이 모두 경기 흐름을 좌우했다.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시 유격수의 수비 하나가 끝내기 실책으로 연결되며 경기 흐름이 갈렸다. 1차전 4-4로 맞선 연장 11회말 2사 만루에서 넥센 윤석민이 내야 뜬공을 쳤는데 김성현이 달려나오다 타구를 놓치면서 넥센이 5-4 끝내기 승리를 거두고 두산이 기다리던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SK는 잘 싸우고도 실책 하나에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10일 1차전 경기를 앞두고 KIA 안치홍은 "긴장보다는 즐기려고 한다. 긴장을 안하는 팀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안치홍의 말처럼 수비수들의 긴장은 실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양상문 LG 감독은 "2차전에도 오지환이 나갈 것"이라고 믿음을 보여줬다. 오지환이 2차전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믿음에 응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