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할 나위 없는 투구였다. 하지만 수비도움을 받지 못하며 고개 숙이고 말았다. LG 트윈스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맹활약을 펼쳤으나, 결정적인 순간 오지환의 에러로 허무하게 패전투수가 됐다.
허프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 선발 등판, 104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4피안타 0볼넷 7탈삼진 4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허프의 투구 내용은 변함없이 빼어났다. 2자책을 기록한 것을 감안해도 퀄리티스타트 플러스 투구를 했다. 15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이 완벽한 로케이션으로 구사됐고, 체인지업도 헛스윙을 유도하기에 충분했다. 간간히 던지는 커터도 날카롭게 움직였다. 에러가 없었다면, 허프의 투구 결과는 4실점이 아닌 2실점이 됐을 것이다.
그러나 에러가 LG와 허프를 함께 무너뜨렸다. 허프가 허용한 첫 출루부터 에러였다. 허프는 1회초 삼자범퇴를 앞둔 상황에서 김주찬의 유격수 땅볼성 타구를 오지환이 놓치며 에러로 김주찬을 출루시켰다. 이어 다음 타자 나지완을 삼진으로 잡아 그대로 이닝을 마쳤다.
그런데 다음 에러는 허프가 제어할 수 없는 순간에 나왔다. 허프는 4회초 필과 나지완에게 안타를 맞고 1사 2, 3루로 몰렸다. 이범호를 2루 플라이로 잡아 2사 2, 3루. 그리고 안치홍의 타구가 유격수를 향하는 순간까지는 무실점 행진이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여기서 또 오지환의 에러가 나왔고, 그대로 필과 나지완이 홈을 밟아 2실점했다.
포스트시즌에 앞서 LG는 내야진보다는 외야진에 대한 우려가 컸다. 오지환을 비롯한 내야수 대부분이 포스트시즌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정규시즌과 다르지 않은 수비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폭탄은 외야가 아닌 내야에서 터졌다.
LG는 8회말 침묵했던 타선이 살아나며 KIA를 추격했다. 그러나 유강남의 주루플레이 실수로 무사 2루 상황이 주자 없이 1사로 바뀌었다. 절호의 찬스를 놓친 LG는 2-4로 패배, 에이스 카드를 쓰고도 준플레이오프 직행에 실패했다. / drjose7@osen.co.kr
[사진] 잠실 =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