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시켰다. KIA 타이거즈의 우타자들이 정규시즌 허프를 상대로 보인 약점을 노림수로 만들며 승리 공식을 만들었다.
KIA 타이거즈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2로 승리를 거두며 벼랑 끝에서 살아났다.
모든 방면에서 KIA가 불리한 1차전이었다. 사실상 '배수의 진'을 치고 임해야 했다. 더구나 KIA 타선은 이날 1차전 LG의 선발 투수인 데이비드 허프에 절대 약세였고 천적이었다. 정규시즌 2경기에서 삼진을 9개 당했고, 상대 타율은 1할8푼에 불과했다. 브렛 필만이 허프 상대로 안타 2개를 때려냈을 뿐이었다.
이날 역시 허프의 150km에 육박하는 빠른공과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체인지업을 당해내지 못했다. 좌투수임에도 우타자들이 쉽게 공략할 수 없는 투수가 허프였다. 좌타 상대 피안타율 3할3푼3리로 높고, 우타 상대로는 2할2리로 낮은 것도 이와 같은 이유였다.
하지만 KIA 타자들, 특히 그동안 약세를 보였던 우타자들이 허프의 약점을 극복해냈다. 허프를 상대로 약점을 보였던 바깥쪽 체인지업과 빠른공을 되려 노림수로 바꿨냈고 공략에 성공했다.
KIA는 허프를 상대로 김선빈-브렛 필-김주찬-이범호-나지완-안치홍-김호령-한승택-노수광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9번 노수광을 제외하면 모두 우타자였다. 그리고 허프는 자신있게 우타자의 몸쪽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다. 우타자 몸쪽으로 빠르게 빨려들어오는 속구에 KIA 타자들은 타이밍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하지만 타순이 한 바퀴 돈 뒤, 4회초 바깥쪽 공 위주로 투구 패턴을 바꾼 LG 배터리의 배합을 빠르게 간파한 뒤 공략해냈다. 선두타자 브렛 필은 2B2S에서 허프의 바깥쪽 132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중전 안타를 때려냈다. 2B1S에서 몸쪽 149km 빠른공을 헛스윙 했지만 허프가 결정구로 생각한 바깥쪽 체인지업은 놓치지 않았다. 후속 김주찬은 범타로 물러났다.
그러나 1사 1루에서 나지완이 필의 공략법을 복기했다. 2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밀어쳐 2루타로 1사 2,3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앞선 2구 체인지업을 끌어당겨 간신히 파울을 만든 나지완은 이번에는 결대로 밀어쳤다. 허프의 체인지업 제구가 완벽하지 않은 점도 정타가 된 원인이었다. 허프가 쳐놨던 벽에 KIA의 우타자들이 서서히 균열을 일으켰다. 결국 이는 안치홍의 유격수 실책 때 2점을 먼저 뽑으며 이날 경기 주도권의 원동력이 됐다.
이후 KIA의 타자들은 허프에 침묵했지만, 6회초, 다시 힘을 냈다. 이번에도 필이 선봉이었다. 그리고 역시 바깥쪽 공략이 해답이었다. 필은 허프의 초구 바깥쪽 146km 포심 패스트볼을 밀어쳐서 우익수 오른쪽 2루타를 치고 나가 기회를 만들었다. 몸쪽의 공략 확률이 떨어지자 한 쪽을 버리고 바깥쪽만 노린 KIA의 전략이 적중한 셈이다.
이후 김주찬의 1루수 땅볼로 1사 3루를 만든 뒤 나지완의 중견수 희생플라이가 나오며 KIA는 1점을 더 달아났다. 3점의 안정권을 만드는 천금의 득점이었고, 8회에도 1점을 추가해 승리를 확정지었다. LG의 추격은 조금 모자랐다.
결국 KIA의 우타자들은 자칫 시즌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는 벼량 끝에서 천적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KIA 우타자들의 정확한 노림수는 자신들의 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알렸다. /jhrae@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