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결산] ‘타고투저 심화’ 외인투수도 피하지 못했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10.10 09: 30

2016시즌 중 외인투수 11명 교체
구위와 제구 겸비한 특급 투수 아니면 성공 장담 못해
100만 달러짜리 외국인투수들도 타자들의 불방망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타자 천국, 투수 지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2016시즌이었다. 외국인선수를 향한 10개 구단의 투자규모는 더 커졌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이제는 150km 강속구가 홈런으로 이어져도 그다지 놀랍지 않다. 그러면서 절반 이상의 외국인투수들이 ‘멘붕’에 빠진 채 짐을 싸고 한국을 떠났다.
숫자만 봐도 리그 판도가 드러난다. 2016시즌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를 기록한 선발투수는 단 7명. 4점대 이하로 기준을 넓혀도 13명밖에 안 된다. 불과 3년 전인 2013시즌만 해도 3점대 이하 선발투수 15명, 4점대 이하 선발투수가 22명에 달했다. 3년 동안 리그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외국인투수의 성공 가능성 역시 급격히 낮아졌다. 올해 평균자책점 10위 안에 자리한 투수 중 외국인투수는 딱 절반인 5명이다. 2013시즌과 2014시즌에는 평균자책점 10위 안에 7명이 외국인투수였다. 올 시즌 중 무려 11명의 외국인투수(넥센서 kt로 옮긴 피어밴드 포함)가 교체됐는데, 새로 영입한 외국인투수 대부분이 실패했다. 
특히 삼성 한화 kt의 경우, 외국인투수 2명을 모두 교체했으나 별다른 효과 없이 하위권에 머물렀다. 실패가 또 다른 실패를 낳은 것이다. 반대로 두산 NC KIA 롯데는 외국인투수를 바꾸지 않았고, 롯데 외에 3팀이 가을야구 무대에 올랐다. ‘선택과 집중’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외국인투수 교체가 성공으로 이어진 팀은 LG와 넥센 밖에 없었다. LG는 4월 중순에 영입했던 코프랜드가 극심한 기복을 보이자, 7월 8일 코프랜드에게 이별을 고했다. 코프랜드 대신 허프를 데려왔고, 허프는 후반기 LG의 반격을 주도했다. 지난해 로저스처럼, 리그 전체에 태풍을 몰고 왔다. 8위로 전반기를 마쳤던 LG는 허프의 호투를 앞세워 4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 2년 만의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넥센은 고심 끝에 피어밴드를 방출하고 3년 동안 에이스 역할을 해온 밴헤켄을 다시 데려왔다. 일본에서 고전한 밴헤켄은 점차 구속을 회복, 후반기 12경기에 나서 7승을 따냈다. 허프와 밴헤켄 모두 후반기에만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했는데, 나란히 7승을 올리며 마운드의 중심을 잡았다.  
맹활약을 펼친 허프도 KBO리그 타자들의 기량에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허프는 “한국에 와서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에는 컨택과 파워를 겸비한 타자들이 너무 많다”며 “그래서 더 연구했다. 선발 등판에 앞서 코칭스태프, 포수, 스카우트들과 전력분석에 심혈을 기울였다. 타자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투수는 당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장수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 또한 타자들의 기량 발전 속도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니퍼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파워피칭 만으로도 어느 정도 타자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파워만 앞세웠다가는 내가 당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처럼 큰 타구를 칠 수 있는 타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이제는 투수들도 이에 대한 대비를 확실히 해야 한다. 점점 더 터프한 리그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니퍼트의 이야기는 기록으로도 증명된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구사한 카스티요 소사 지크 맥그레거 모두 피안타율이 3할을 넘거나 3할에 가깝다. 평균구속이 150km를 상회하는 카스티요는 피안타율 3할1푼3리. 언제든지 150km 이상의 공을 뿌리는 소사와 지크고 피안타율이 각각 3할1푼9리, 3할6리에 달한다. 맥그레거의 피안타율은 2할9푼9리. 다시 말해 강속구 하나로는 KBO리그에서 생존할 수 없다. 
구속과 다양한 구종, 그리고 제구까지 겸비한 니퍼트의 올 시즌 피안타율은 2할4푼3리다. 150km를 던지면서도 절묘한 로케이션을 자랑하는 허프는 피안타율 2할5푼4리를 기록했다. 켈리와 헥터는 상황에 맞게 페이스를 조절, 마운드에서 내려가기 전 가장 빠른 공을 구사한다. 켈리와 헥터 모두 피안타율 2할6푼8리를 찍었다. 이 정도로 완성된 투수가 아니면, KBO리그에서 생존하기 힘들다. 
결국 10구단 외국인스카우트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완성형 투수 영입을 위해 계약규모는 매년 더 커지고 있으나,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 때문에 최근에는 구위는 뛰어나지만, 제구나 변화구 구사력은 떨어지는 미완 투수를 영입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원포인트 레슨 등의 지도를 통해 완성형으로 진화시키려 하는 것이다. 
맥그레거와 로위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한 투수들이지만, 넥센과 kt는 코칭스태프의 지도력에 기대를 걸었다. SK 역시 선발투수와는 거리가 먼 라라를 영입해 선발투수로 진화시키려 했다. 아직 확실한 성공케이스는 나오지 않고 있다. 어차피 거액을 쓰면서 실패할 바에는 부담이 크지 않으면서 잠재력이 뛰어난 투수를 데려와 잠재력을 폭발시키는 게 나은 선택일지도 모른다. 
2017시즌 새로운 외국인투수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어느 팀이 외국인투수를 통해 웃을지 지켜볼 일이다. 참고로 2016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5팀은 10승 이상 외국인투수를 보유했거나, 외국인투수 교체에 성공했다. 타고투저를 극복하는 외국인투수가 있는 팀이 승리할 수 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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