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는 올 시즌 '반전의 팀'이었다.
넥센은 올해 77승1무66패로 시즌을 마쳤다. 정규 시즌 3위의 성적. 지난해 4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포스트시즌을 시작했던 넥센은 많은 전력 유출 속에서도 올해 한 단계 오른 3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넥센은 13일부터 와일드카드 결정전 승리팀과 플레이오프 티켓을 놓고 겨룬다.
올해 넥센의 반전을 이끈 주요 포지션은 바로 투수였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올해 팀의 선전에 대해 "지키는 야구가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넥센은 팀 평균자책점 4.97을 기록, 전체 4위에 올랐다. 다승 3위 투수(신재영)와 홀드왕(이보근), 세이브왕(김세현)을 배출하며 조상우, 한현희, 손승락 등의 빈 자리를 티나지 않게 메웠다.
올해 넥센 마운드의 '신성' 신재영은 팀에 7년 만의 토종 선발 10승을 안겨준 것도 모자라 창단 첫 토종 15승 투수를 배출시켰다. 1군 첫 시즌이었음에도 배짱과 제구력을 바탕으로 15승7패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했다. 168⅔이닝 동안 볼넷이 21개에 그쳤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이보근은 25홀드로 첫 타이틀 홀더의 영광을 안았고 마무리를 처음 맡은 김세현도 반전투를 선보였다.
이들 뿐 아니라 넥센의 모든 투수가 팀 마운드를 든든하게 떠받쳤다. 김상수 역시 제대 첫 해 21홀드를 기록해 필승조 역할을 했고, 마정길(12홀드), 오주원(7홀드)은 어떤 상황이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마운드에 올랐다. 박주현, 김택형, 최원태 등 2년차 트리오의 가능성도 빛났다. 하영민은 시즌 중반까지 롱릴리프의 역할을 해냈다. 시즌 막판엔 황덕균의 인생투가 회자됐다.
외국인 선수들 역시 제 역할을 했다. 라이언 피어밴드와 로버트 코엘로는 중간에 퇴출됐지만 각각 5승, 6승을 기록하며 초반 원투 펀치의 역할을 했다. 대체 선수로 들어온 스캇 맥그레거(6승), 그리고 일본 리그에서 복귀한 앤디 밴 헤켄(7승)까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염 감독은 "코엘로도 자신이 올릴 승은 다 올리고 갔다. 외국인 교체 과정에서 공백이 짧았던 것도 팀이 무너지지 않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각각의 피칭도 빛났지만 올해 넥센의 최대 발전은 전체적인 제구력 향상이었다. 올 시즌 넥센 투수들은 144경기에서 435개의 볼넷을 내줬다. 리그 최소 1위로 전체 평균(537개)보다 100개 정도 적었다. 리그 최소 볼넷 1위 신재영을 시작으로 김세현은 62경기 62⅓이닝 동안 볼넷 7개에 그쳤다. "3구 이내에 타자와 승부하라. 타자가 칠 수 있게 던지라"는 손혁 투수코치의 공격적 투구 주문이 투수들에게 잘 주입되면서 빠른 템포의 투구가 가능했다.
올 시즌 클린업 트리오가 다 떠났지만 팀 타율 2위(.293)에 오른 타격 역시 놀라움을 안겼지만 투수진의 발전은 넥센의 오랜 숙원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다. "한 투수를 키우는 데 3~5년이 걸린다"는 것이 야구계의 속설. 넥센 역시 짧지 않는 기간 동안 마운드 컬러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제 남은 것은 포스트시즌을 즐기는 일이다. /autumnbb@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