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WC 맞짱] ‘포지션 백중세’ LG-KIA, 혈투 예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10 05: 52

2016년 KBO 리그 포스트시즌이 ‘전통의 라이벌’인 LG와 KIA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문을 연다. KIA는 무조건 2경기를 모두 이겨야 한다는 점에서 압박감이 심하다. 4위를 지킨 LG는 그나마 여유가 있다. 그러나 1차전을 패할 경우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는 부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데이비드 허프(LG)와 헥터 노에시(KIA)라는 외국인 에이스들이 1차전 선발로 나서는 가운데 각 포지션별 기상도를 분석해봤다. 물론 우세 포지션이 많다고 해서 꼭 경기에 이기는 것은 아니다. 한 부문의 우세가 경기를 그대로 끝내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양팀의 객관적인 전력을 가볍게 훑어봤다. 결과는 치열했다. 승자를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올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의 축소판이다.
선발진 : 백중세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많아봐야 2경기다. 선발 로테이션의 전반적인 힘을 다루는 것은 의미가 없다. 2명이면 충분한데 우열이 쉽게 가려지지 않는다. 정규시즌 성적만 놓고 보면 헥터와 양현종이 버티는 KIA가 좀 더 묵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한 판만 이기거나 비기면 되는’ LG는 1차전에 허프 카드로 시리즈 조기 종료를 꿈꾼다.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끈 허프는 KIA와의 2경기에서 2승 평균자책점 1.28의 강세다. 호랑이 킬러다. KIA는 반드시 허프를 넘어야 고척돔을 바라볼 수 있다.
불펜진 : LG 우세
올 시즌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5.04, KIA는 4.97이었다. 리그 중간쯤에 해당한다. 그러나 불펜은 상대적으로 차이가 났다. LG의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은 4.88로 리그 3위, KIA는 5.38로 리그 8위다. LG 불펜은 특별한 누수 없이 이번 시리즈에 총동원된다. 상황에 따라 우규민과 소사를 불펜으로 쓸 수 있어 다양한 조합이 가능하다. KIA는 경험을 앞세운다. 다만 스페셜리스트가 다소 부족한 점은 있다. 좌완에 대한 고민도 가지고 있다. 불펜 의존도 또한 LG가 좀 더 높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KIA는 지크와 윤석민이 변수다.
포수 : LG 우세
KIA는 이성우와 한승택이 이번 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중 주로 마스크를 썼던 이홍구가 빠졌고 백용환은 부상으로 가을 잔치에 나갈 수 없다. 공격력도 다소 떨어져 KIA의 전체 포지션 중 가장 불안감이 큰 지점으로 분석된다. LG는 계속 성장하고 있는 유강남과 베테랑 포수 정상호가 포수 엔트리에 들어갔다. 적어도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이라면, 유강남은 최고의 공격력을 가진 포수다. 정상호는 LG의 히든카드다. 큰 경기 경험이 많고, 안정적인 리드를 지녔다. 정규시즌 부진을 갚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기대가 걸린다.
1루수 : KIA 근소 우세
LG는 양석환과 정성훈이 1루를 볼 수 있다. 두 선수 모두 1루수치고 전형적인 장거리 타자는 아니다. 그래도 LG 타선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다. 전반적인 성적과 경험은 정성훈이 낫지만 양석환 카드도 언제든지 꺼내들 수 있다. 이에 맞서는 KIA는 외국인 타자 필이 1루를 지킬 전망이다. 객관적인 숫자만 놓고 보면 LG의 두 선수보다 낫게 보이기도 한다. 다만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능력은 미지수로 남는다. 필의 활약에 KIA의 사활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2루수 : KIA 우세
손주인은 올 시즌 LG에서 소리 소문 없이 활약을 펼친 최고의 선수였다. 장타 능력은 떨어지지만 타율 3할2푼2리를 기록했다. 이에 KIA는 두 개의 카드를 모두 만지작거린다. 군 복무 이후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안치홍, 그리고 올해 이적 후 최고의 성적을 낸 ‘신데렐라’ 서동욱이 모두 시리즈 명단에 합류했다. 다양성 측면에서 KIA 쪽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안치홍의 경기 감각, 서동욱의 부상 여파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폭발력은 KIA가 크지만, 한 번 꼬이면 장담할 수 없는 포지션이다. 예상보다 무게추가 크게 기울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유격수 : LG 우세
오지환은 올 시즌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에 도전할 정도의 성적을 냈다. 121경기에서 타율 2할8푼, 20홈런, 78타점의 화려한 공격력을 뽐냈다. 수비도 정상급이다. KIA를 상대로 한 타율(.226)이 썩 좋지는 않았으나 이번 가을야구에서 ‘스타’가 될 수 있는 자질과 능력을 지녔다. KIA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선빈의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제대 후 6경기에서 타율 3할6푼을 쳤다. 다만 표본이 너무 적다. 실전 감각도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3루수 : 백중세
타선에서 가장 믿을 만한 선수들이 배치된 포지션이다. LG는 루이스 히메네스, KIA는 이범호가 자존심을 건 핫코너 대결을 펼친다. 이범호는 올 시즌 138경기에서 타율 3할1푼, 33홈런, 108타점을 기록했다. 히메네스는 135경기에서 타율 3할8리, 26홈런, 102타점이다. 후반기 들어 기세가 처지긴 했으나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이범호의 RC는 105.95, 히메네스는 100.07로 별다른 차이가 없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매치업이다.
좌익수 : KIA 우세
누가 좌익수로 들어오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LG는 KIA의 시즌 막판 대결에서 이천웅을 좌익수로 쓰며 재미를 봤다. 당시 좋은 기억의 뼈대를 크게 바꾸지 않는다면 이천웅이 다시 외야에 나갈 가능성이 있다. 시즌 막판 10경기에서 4할1푼7리의 좋은 기세를 탔다. 다만 상대는 김주찬이다. 모처럼 비교적 건강한 시즌을 보낸 김주찬은 130경기에서 타율 3할4푼6리, 23홈런, 101타점의 대활약을 펼쳤다. KIA 타선의 핵심이다.
중견수 : 백중세
김용의(LG)와 김호령(KIA)이 선발 중견수로 출전한다는 가정이라면, 정규시즌 타격 성적은 김용의가 조금 나았다고 볼 수 있다. 100안타에는 실패했지만 중반 이후 팀의 주전으로 재도약해 105경기에서 타율 3할1푼8리를 쳤다. 김호령의 124경기 시즌 타율(.267)보다는 낫고 김호령의 시즌 막판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는 점도 걸린다. 다만 김호령은 리그 정상급 수비력을 갖춘 선수다. 드넓은 잠실구장에서 대단한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 공·수를 나눠서 본다면 박빙의 승부라고 해석할 수 있다.
우익수 : LG 우세
채은성은 올 시즌 LG 최대의 발견이다. 128경기에서 타율 3할1푼3리, 9홈런, 81타점을 쳤다. 이번 시리즈에서 LG의 해결사 몫을 할 수 있는 후보 중 하나다. 여기에 KIA전 16경기에서 타율 3할8푼9리의 불꽃타를 쳤다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시즌 막판 컨디션도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KIA는 선발 투수에 따라 우익수 포지션의 주인공이 바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노수광 신종길이 이 자리에 들어갈 후보다. 정확성 등 장점이 적지 않은 선수들이지만 확고한 우위를 점할 만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지명타자 : LG 근소 우세
박용택과 나지완이 정면 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높은 포지션이다. 두 선수 모두 대단히 훌륭했던 한 해를 보내고 가을야구에 진입했다. 박용택은 138경기에서 타율 3할4푼6리, 11홈런, 90타점을 기록했다. 나지완도 지난해 아픔을 털고 118경기에서 타율 3할8리, 25홈런, 90타점으로 자존심을 살렸다. 다만 나지완의 LG전 성적(.231)이 썩 좋지 않았고 안타를 생산하는 꾸준함은 박용택이 더 낫다. 나지완의 펀치력은 적어도 잠실 경기에서는 다소 손해를 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수비 및 주루 : 백중세
LG의 정규시즌 실책은 87개, KIA는 92개였다. 실책 수만 놓고 보면 리그 평균 정도에 걸쳐 있었다고 보면 된다. 아주 뛰어나지도, 그렇다고 아주 형편없지도 않은 수치다. KIA는 안치홍 김선빈의 가세로 수비력에서 어느 정도 발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차이점이다. 다만 LG도 내야는 경험이 많은 수비수들이 버틴다. 주루 부문에서는 LG가 더 많이 뛰었지만(LG 121도루·KIA 101도루), 아주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LG 성공률 63.4%·KIA 66.9%). 대주자 카드의 무게도 어느 한쪽의 우위를 말하기 힘들다.
벤치 : 백중세
KIA는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12명의 투수를 포함시켰다. 반면 LG는 10명이었다. 이 차이가 시리즈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KIA가 좀 더 다양한 마운드 전략에 비중을 뒀다면, LG는 짜내기 승부에서 동원할 수 있는 야수 카드가 많다. 경기 양상에 따라 사령탑의 결정이 평가될 것이다. 다만 KIA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들이 더러 있다. 반대로 대타 카드는 LG가 더 많다. KIA는 주전 선수들에 대한 비중이 높은 편으로 한 번 막히면 곤란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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