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대회는 어려워야 한다?’ 이런 명제를 위해서라면 ‘제 17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의 최종 라운드 코스 세팅은 합격점 이상이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는 재미도 있어야 한다?’는 명제를 위해서라면? ‘메이저 갈망’을 푼 고진영의 성과를 빼고 나면 긴장감도 없고 드라마도 없었다.
고진영(21, 넵스)이 9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 6,724야드)에서 벌어진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 갈증을 풀었다.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다.
2014년부터 KLPGA 정규 투어에 뛰어 든 고진영은 데뷔 해 1승, 이듬해 3승, 그리고 올해 2승을 거두고 있었다. 성적은 화려하지만 6승 중 메이저 대회는 없었다. 올 시즌 3승째, 개인통산 7승째 우승은 고진영의 메이저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준 대회로 기록 됐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노리며 차근차근 준비를 갖추고 있는 고진영은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준비 된 메이저’다운 경기를 펼쳤다. 타수를 줄이는 건 언감생심, 잃지나 않으면 다행인 까다로운 코스에서 홀로 2타를 줄였다.
고진영 김지현 김보아가 팀을 이룬 챔피언조가 10번홀을 지날 무렵, 사실상 이날의 우승자는 결정이 났다. 유력한 우승 후보 고진영이 까다로운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면서 8언더파가 되자 2위와 4타차가 벌어져 버렸다. 15번 홀 이후 4개홀을 한결 더 까다롭게 구성한 코스 세팅(헤런스 픽)이 버티고 있는 점을 볼 때 4타차를 좁히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남은 변수는 선두를 달리고 있는 고진영이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대해야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고진영의 경기력으로 볼 때 이 또한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고진영은 헤런스 픽 4개홀을 무난하게 파로 넘기면서 최종합계 8언더파의 우승 스코어를 결정지었다.
4번 홀 중거리 퍼팅으로 첫 버디를 신고한 고진영은 8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스코어를 출발 시점으로 되돌렸다. 2위 홍진주와 2타차까지 거리가 좁혀졌다. 그러나 고진영은 9번홀에서 또다시 까다로운 중거리 퍼팅에 성공하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고, 10번홀에서 연속 버디에 성공하면서 우승을 예감했다.
2,3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성공시킨 홍진주(33, 대방건설)는 지난 5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안시현이 보여준 베테랑의 힘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이 기대도 잠시, 파5 4번홀 그린에서 공이 말을 듣지 않으면서 더블 보기를 적어내고 말았다. 홍진주는 ‘헤런스 픽’이 시작 되는 15번 홀에서도 티샷 실수를 범해 고전하다 더블 보기를 적어내며 선두 추격은 포기했다.
후원사 기업이 주최하는 대회 참가를 위해 일본(JLPGA)에서 달려 온 김하늘(28, 하이트진로)은 16번홀 이후 3연속 버디에 성공하며 막바지 순위를 급상승시켰다. 이날 1타를 줄이는데 성공한 김하늘은 최종합계 1언더파로 단독 3위에 올랐다. 18번 홀 버디로 이날 이븐파를 기록한 조정민(22, 문영그룹)이 최종합계 2언더파로 단독 2위.
디펜딩 챔피언인 전인지(22, 하이트진로)도 블루헤런이 까다롭기는 마찬가지. 버디 4개, 보기 5개로 1타를 잃었지만 상대적으로 타수를 적게 잃은 축에 속해 최종합계 이븐파로 공동 4위에 랭크 됐다. 경기 후 전인지는 “이번 대회 들어 공이 자꾸 왼쪽으로 가는 문제가 생겨 고민이 많았고, 꾸준히 레슨을 했는데 4라운드 중에서 마지막 날이 가장 샷이 잘 된 것 같다. 내가 무슨 문제에 빠져 있는 지를 찾아냈다. 내주 더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