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가을야구하자".
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와일드카드 결정전 미디어데이는 승리에 대한 강한 열망을 드러내면서도 모두 재미있는 경기를 하자는 공감대도 이루었다는 점에서 사뭇 달랐다. 그만큼 LG트윈스와 KIA타이거즈의 대결이 가지는 의미가 그대로 투영됐다.
역대로 양팀은 전신 MBC청룡, 해태타이거즈 시절부터 유난히 명승부를 많이 펼쳤다. 정규리그에서 만나면 구름관중이 몰렸고 명승부가 쏟아졌다. 1983년 해태가 첫 우승을 따낼때 상대는 MBC 청룡이었다. 1997년 통산 9번째 우승컵을 안을 때는 상대팀은 LG였다. LG는 2002년 플레이오프에서 열세라는 예상을 뒤엎고 역전극을 연출해 설욕에 성공했다.
더욱이 2000년대는 함께 엘롯기 동맹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하위권을 맴돌며 동병상련의 처지가 되기도 했다. 때문에 2002년 이후에는 서로 포스트시즌에서 단 한번도 격돌하지 못했다. 서로 열성적인 팬들이 많은 팀끼리 만나지 못한 것은 KBO리그 가을 흥행에는 악재였다. 비로소 14년 만에 격돌하니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외야수 박용택은 마지막 포토타임에 앞서 마이크를 달라고 하더니 "2002년 신인 시절에 KIA를 상대로 좋은 기억이 있다"면서도 "두 팀이 모처럼 만났다. 올해 두 팀이 정말 열심히 해서 여기까지 왔다. 승부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정말 좋고 재미있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본심을 보였다.
KIA 주장 이범호도 마찬가지였다. "제가 봐도 LG와 KIA의 경기가 가장 재미있을 것 같다. 미디어에서 가장 재미있는 포스트시즌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그런 경기가 될 수 있도록 관중 앞에서 좋은 경기와 페어플레이를 하겠다. 박수받는 경기를 하겠다"고 응답했다.
양상문 KIA 감독도 같은 마음이었다. 그는 “모두가 이기고 싶어 한다. 우리 선수들 모두 다 이기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오랜만에 LG와 KIA의 포스트시즌이 열린 것이다.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양 팀이 재미있게 멋있게 하자고 다짐을 했다. 많은 관중이 오시고 많은 관심을 받는 경기인 만큼, 좋은 플레이와 함께 경기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김기태 KIA 감독은 자신이 직전에 맡았던 LG를 11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킨 실적이 있다. 그 역시 "저희는 1패면 끝이 난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걸 총동원해서 내일 경기를 하고, 만원 관중이 즐길 수 있도록 모레까지 가는 게 최고의 선물인 것 같다. LG에 좋은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팬들에게 재미있는 경기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sunny@osen.co.kr
[사진] 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