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부해' PD가 밝힌 100회 비결과 장수예능 고민 [100회 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6.10.10 13: 30

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드디어 100회를 맞았다. 예능들이 화려하게 등장해도 지속해서 시청자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면 1년도 못돼 사라지는 프로그램들이 수두룩한 걸 보면 ‘냉장고를 부탁해’가 벌써 방송된 지 2년 가까이 된 걸 보면 대단하다.
그런 점에서 ‘냉장고를 부탁해’의 100회는 꽤 의미 있다. 그만큼 프로그램이 매력적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시청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걸 입증하기도 한다.
2014년 11월 17일 ‘냉장고를 부탁해’가 처음 방송됐을 때부터 이토록 신선한 프로그램에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예능은 그야말로 무섭게 인기가 상승하며 JTBC의 새로운 효자 프로그램으로 등극했고, 종합편성채널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시청률인 8% 가까운 수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높은 인기만큼 ‘냉장고를 부탁해’는 지난해 8월 한국갤럽이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3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중국과 미디어그룹 NBC 유니버설에 포맷을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의 성희성 PD는 프로그램에 대해 성공 기대치가 낮았던 프로그램이라고 털어놓았다.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 당시 먹방이 인기를 끌었지만 쿡방 인기 프로그램이 없었기 때문. 거기다 게스트들이 가장 사적인 자신의 ‘냉장고’를 방송에서 공개한다는 게 쉽지는 않았던 것도 이유 중의 하나였다.
- 100회를 맞은 소감이 어떤지? 프로그램 시작할 때 100회를 예상했었나?
▲ 시즌제가 12번 정도 하니까 12회까지만 버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위에서도 냉장고 섭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거라는 반응을 보였고 때문에 성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았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고 진행하다 보니까 나도 예상치 못했던 재미있는 요소가 있고 스토리가 다양하게 펼쳐지더라.
100회까지 오다니 감개무량하다. 녹화 때마다 부담 없이 제대로 놀다 가자고 그랬다. 정형돈을 비롯해 MC 김성주와 안정환, 셰프들, 스태프들 모두 잘 놀아줬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궁극적으로 음식 자체로, 요리하는 과정 자체로도 재미가 있는 걸 보여줬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쿡방의 원조라고 말해주는 건, 이전에도 쿡방은 있었지만 정보적인 측면이 강했다면 ‘냉장고를 부탁해’는 MC들이 예능적으로 잘 풀어줘서 그런 것 같다. MC들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해줬다.
- ‘냉장고를 부탁해’가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 얼마나 비슷한 냉장고들이 있고 얼마나 다양한 요리가 나올지, 얼마나 많은 스토리들이 나올지, 한계가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역시나 사람들의 다양한 삶처럼 냉장고가 비슷하지만 냉장고에 얽힌 사연은 다르더라. 얘깃거리가 무궁무진하고 셰프들도 신기하게 매번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내는 게 가장 큰 포인트인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100회까지 오지 않았을까. 정점은 한 번 찍었지만 시청자들이 재미있고 유쾌하게 봐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게스트들이 실제 사용하고 있는 냉장고라 공감하는 포인트가 있는 것 같고 셰프들의 숨겨졌던 끼와 예능감도 곁들여서 다른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이야기가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 100회를 맞은 이 시점에서 고민은?
▲ 아무래도 제일 큰 고민은 ‘냉장고를 부탁해’가 포맷이 명확하고 완성된 포맷이라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는 게 힘들다. 프로그램이 2년 가까이 돼가고 있고 반복되는 포맷 형식에 식상함도 있는데, 좀 더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라는 게 제작진의 숙제이고 고민이다.
이걸 건들면 저게 문제가 생기고 저걸 건들면 이게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변화를 줄 수 있는 건 셰프군단인데 그래서 스폐셜 셰프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그러면서도 변화를 주려고 한다. 한 번에 확 바뀔 수는 없고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조금씩 변화를 주고 또 다른 이야깃거리나 색다름을 주려고 한다.
- ‘냉장고를 부탁해’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는지?
▲ 가장 큰 건 온 가족이 저녁 시간에 같이 앉아서 웃으면서 대화할 수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서 ‘냉장고를 부탁해’를 만든 거고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유쾌한 프로그램으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냉장고를 부탁해’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소재의 확장 가능성을 느꼈던 프로그램이라 냉장고라는 게 어떻게 보면 주변에 있는 게 모든 게 의미가 있구나라는 그런 메시지가 시청자들에게 전달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항상 셰프들도 그렇고 게스트들도 즐겁게 놀다 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좋겠다. 냉장고 주인들도 ‘이 프로그램 정말 재미있다’라는 말을 하고 주변에서 고정 출연자 ‘새로 안 뽑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출연한 이문세는 방송을 오래 했는데도 엔딩 때 자기가 정말 수십 년 방송을 해왔지만 녹화 끝난 게 아쉬운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방송 촬영이지만 즐겁게 놀러 온 것처럼 이야기하고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들도 흐뭇하게 지켜봤으면 좋겠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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