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는 올시즌 출범 35년 만에 최초로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국내 최고의 프로스포츠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800만 관중이라는 대기록 이면의 그림자도 짙었다. 올시즌 KBO리그는 사건사고로 흉흉했고, 많은 이들이 고개를 숙였던 한 해였다.
사건사고의 종류도 다양했다. 음주운전은 예사였고, 승부조작과 불법 스포츠도박, 음란행위 등 사회 통념상 용인할 수 없는 사건들이 터졌다. 특히 한국야구의 뿌리를 뒤흔들 수 있는 사건사고들이 KBO리그를 뒤흔들었다. 지상파 9시 뉴스에 나올법한 굵직한 사건들로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올시즌 암울했던 논란들의 중심에 서 있던 구단은 NC였다. NC는 올해 역시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강팀의 반열에 올라서는 듯 했지만, 내부적으로 바람잘날이 없는 한 해였다.
승부조작 파문이 그 시발점이었다. 지난 7월 말, 창원지방검찰청은 대대적인 승부조작 수사를 통해 NC의 촉망받던 유망주 투수였던 이태양의 승부조작 혐의를 적발했다. 이태양은 1심 공판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000만원의 실형을 받았다. 이태양은 현재 항소를 한 상태다.
승부조작의 고리는 끊어지지 않았다. 이태양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태양에 이어 이재학이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의 내사 단계에서 이름이 거론됐고, 논란의 중심에 서자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이후 이재학은 결백을 주장하며 복귀해 활약을 펼쳤지만 논란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이재학 건을 수사 중인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NC 구단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NC 구단이 승부조작건을 축소 은폐했다는 혐의를 포착한 것이다. 여전히 사건은 수사중이지만 이제 구단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는 사안으로 번졌다.
승부 조작 사건은 아직 뿌리 뽑지 못했다. 문우람(상무)과 유창식(KIA)도 적발되며 여전히 KBO리그가 승부조작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아울러 NC에서는 지난 9월 말에, 외국인 선수 테임즈가 음주운전 혐의로 적발됐다. 테임즈는 혈줄알콜농도 0.056%로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수치가 나왔다. 당시 구단은 이 사실을 김경문 감독에 알리지 않으면서 은폐했다는 의혹까지 일었다.
KBO는 상벌위원회를 열고 테임즈의 잔여경기 출전 정지, 포스트시즌 1경기 출장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KBO의 '솜방망이' 징계라며 논란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NC와 함께 신생구단으로 리그에 참여한 kt도 험난한 한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말, 장성우의 전 여자친구가 SNS를 통해 야구계의 뒷얘기와 사생활등을 폭로하면서 명예훼손 혐의를 받았고 올해 7월 벌금 700만원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올해 시범경기 기간 중이던 3월, 오정복이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혈중알콜농도 0.103%로 면허 취소 수치였다. kt 구단은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10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300만원의 징계를 내렸고, KBO 역시 15경기의 징계를 내렸다.
또한 베테랑 선수 김상현은 6월 말, 전북 익산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보고 음란행위를 했다는 주위의 신고로 경찰에 불구속입건됐다. 이후 kt는 임의탈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를 떠들석하게 만들었던 삼성발 해외 원정 도박 파문의 여파도 가라앉지 않았다. 삼성 안지만은 불법 해외 원정 도박 혐의와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혐의를 받았다. 삼성 구단은 안지만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와 KBO, 그리고 구단은 불법 및 위법 행위에 대한 자체 교육 강화와 정화 노력에 만전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는 허울 뿐인 노력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KBO리그는 팬들의 사랑을 먹고 자라난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의 인기에 자만하지 않고, 더욱 겸손하게 팬들 앞에 다가서는 노력이 절실하다. 팬들의 관심이 식는 것은 순식간이다. 올시즌의 사건사고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KBO리그의 모든 구성원들이 더욱 책임 있는 프로 의식을 갖춰야 할 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