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탈락' 삼성의 위안거리, 백정현과 김기태의 성장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6.10.09 10: 00

7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탈락한 삼성. 만년 기대주에 머물렀던 백정현과 김기태의 활약은 위안거리로 꼽힌다.
백정현의 이름 앞에 '오키나와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리는 연습 경기에서 완벽투를 뽐내며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정규 시즌에서는 기대보다 실망이 더 컸다. 이젠 다르다.
지난해까지 통산 3승에 머물렀던 백정현은 올 시즌 두 차례 선발승을 포함해 6승 3패 9홀드(평균 자책점 5.77)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9월 27일 마산 NC전서 데뷔 첫 선발승(5⅔이닝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을 장식한 데 이어 4일 대구 LG전에서도 5이닝 1실점(5피안타 1볼넷 4탈삼진)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중간에서 선발로 등판하면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좋지 않았던 흐름을 깨고 싶었다. 선발로 나서니까 그 책임감이 더 크다"는 게 백정현의 말이다. 그동안 이닝 소화 능력과 체력에 대한 물음표가 따라 붙었던 백정현은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데 욕심을 냈다. 올 시즌 조금이나마 이미지를 바꾼 것에 만족한다"며 "선발은 중간과는 달리 다양한 구종의 필요성, 컨트롤의 중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은 "잘 알려진대로 그동안 계투진이 워낙 탄탄하다보니 백정현이 등판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예년보다 계투진이 약해지면서 백정현의 비중이 높아졌는데 잘해주고 있다. 현재로선 좌완 계투 요원 가운데 가장 믿음직스럽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과거 세리자와 배터리 코치가 '불펜 피칭만 놓고 본다면 백정현이 김광현(SK)보다 한 수 위'라고 평가했었다.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등판 기회가 늘어나면서 경험이 생기고 자신감이 커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류중일 감독은 "백정현은 선발 등판도 가능할 만큼 긴 이닝을 소화하니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된다. 이제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됐는데 야구 한창 잘할 나이가 됐다"고 말했다.
동산고 출신 김기태는 입단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으나 그 성장세는 느렸다. 김기태는 올 시즌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의 이름 앞에 항상 '만년 유망주'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 붙었으나 선발진의 부상 공백 속에 중책을 맡은 뒤 뒤늦게 성공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선발진의 잇딴 부상 속에 그 공백을 메우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 17경기에 등판, 4승 4패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7.07. 팀이 위기에 처할때마다 호투를 뽐내며 귀중한 승리를 안겨줬다. 언제 부턴가 '연패 스토퍼'라는 근사한 수식어가 생겼다. 오른쪽 어깨 통증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한 건 아쉽지만 의미있는 한 해였다.
김기태는 "돌이켜 보면 내겐 아주 큰 의미가 담겨 있고 많은 걸 배웠다. 올 시즌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해 내년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 내년을 준비하는 것도 더 다르고 해야 할 부분도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선발진은 세대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 가운데 백정현과 김기태의 활약은 가뭄 뒤 단비와 같다. 이른바 임시 선발에서 합격점을 받은 백정현과 김기태는 내년부터 풀타임 선발에 도전장을 던질 태세다. /what@osen.co.kr
[사진] 백정현-김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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