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등번호(45번) 숫자까지 야구를 하는 것이 목표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정민(37)은 현재 롯데의 투수조 최고참이다. 그리고 불펜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경기에 나왔고,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했다. 66경기 5승2패 2세이브8홀드 평균자책점 3.24.
프로 15년차에 가장 많은 경기에 나섰고, 리그 전체 불펜 투수들 가운데서도 수준급으로 꼽히는 성적이다. 특히 어떤 상황에서든지 마운드에 올라와 자신감있는 투구로 롯데 불펜진의 마당쇠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올시즌 이정민이 없는 롯데 불펜은 상상할 수 없었다.
이정민은 "올시즌은 고생했다기 보다는 재밌는 시즌이었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캠프때 준비를 잘 한 것이 결과로 나온 것 같다"며 한 해를 돌아봤다.
이정민의 올해는 '야구도사'와 같은 느낌이었다. 베테랑의 관록으로 어떤 상황이든 여유있는 웃음과 함께 넘어갔다. 생각의 변화가 동반되어 있었다. 그는 "이제는 맞아도 1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사라졌다. 부담 없이 경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수들이 갖는 생각의 차이가 성적과 마음가짐도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역설했다. 그는 "투수들이 갖는 마인드의 차이가 정말 큰 것 같다. 결과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면 결과는 좋지 않다. 결과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현재 타격 코치인 훌리오 프랑코 코치와의 대화도 머릿속을 정리하는 데 도움을 줬다. 그는 "투수는 타자의 타이밍을 안맞게 하는 것이다. 프랑코 코치님에게 물어보니, '타자들은 투수들의 타이밍을 맞추려고 한다'고 말씀하시더라"면서 "결국 이에 맞춰 계산을 하고 플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지더라. 더 집중하게 됐다. 아마 내가 생각했던 투구의 7~8할이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스스로에게도 자신감이 생긴 한 해였다. 이정민은 "어느 상황에서든 내 스스로에 자신감을 갖고, 집중을 하니까 잘 된 것 같다. 일단 편하게 던지면서 집중하고, 결과는 나중에 생각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역설했다.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그는 "갈수록 몸이 좋아지고 내구성이 강해진 것이 나도 신기한다"며 "팔꿈치나 어개에 문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주위에서도 이런 이정민에게 한 마디를 건넨다. 이정민은 "(박)한길이가 '형은 올해에 회춘했고, 40살에 아마 전성기가 올 것이다'고 말한다"며 웃었다. 박한길(22)이 조카뻘이지만 이정민은 이런 후배의 농담도 스스럼없이 받아준다.
이정민 본인의 생각도 사실 다르지 않다. 그는 "나의 목표는 내 등번호 숫자만큼 야구를 하는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정민의 등번호는 45. 아직 8년이나 남은 셈이다. 아울러 그는 현재 최고령 선수인 최영필(KIA)를 목표로 삼고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롯데에서만 15년째다. 롯데의 암흑기와, 중흥기, 그리고 현재의 상황까지. 롯데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산증인이다. "다른 팀에서 뛴다는 것은 아직 상상해보지 못했다"는 그다. 어느덧 베테랑을 넘어 리그에서도 꼽히는 최고참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는 올해 회춘하며 뒤늦게 야구 인생을 꽃피우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