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이 중하다고? 넥센 PS 이끈 '팀 플레이' 타격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10.09 10: 30

팀 홈런 급감한 대신 팀 도루 1위 탈환
플래툰 기용·대주자 등 '팀 위주' 타격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해까지 작전이 크게 필요없는 팀이었다.

넥센은 지난해 팀 홈런이 203개로 10개 팀 중 1위에 오른 반면 도루는 100개로 전체 8위에 그쳤다. 몇년 간 리그 최고의 클린업 트리오를 운용하면서 전체적으로 선수들이 뛰어야 할 일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홈런 앞에서 주자가 사라지는 게 더 아쉬울 법한 강타선이었다.
그러나 올해 넥센은 나열하기도 입아플 만큼 전력 유출이 심했다. 당장 지난해 리그 홈런-타점왕에 오른 박병호(미네소타)와 리그 최다안타왕이자 팀내 홈런 3위 유한준(kt)이 사라졌다. 팀내 홈런 2위였던 브래드 스나이더 역시 팀을 떠났다. 여기에 목동에서 고척돔으로 이사하면서 외야가 커졌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올해는 개인의 성적이 아니라 팀 성적을 위한 야구를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지난해까지는 개개인의 기록을 앞세워 팀 성적을 냈다면 이제는 팀 성적을 위해 개개인을 움직이겠다는 설명이었다.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하위권으로 평가받은 것에 대해 "눈으로 보이지 않는 전력을 못보신 것 같다. 우리에게는 팀 케미(스트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염 감독과 선수들은 그 말을 지켰다. 올 시즌 넥센은 8일 기준 팀 타율 2위(.293)에 올라 지난해 자리를 지켰고 팀 홈런은 7위(134개)로 떨어졌지만 팀 도루가 154개로 2012년 이후 4년 만에 최다 팀 도루를 탈환했다. 득점권 팀 타율도 3할6리로 두산(.305)을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보이지 않는 기록에서도 팀 플레이 정신이 드러난다. 넥센은 올 시즌 플래툰 비율이 54.2%로 LG와 함께 공동 1위였다. 팀 타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타자들이 출장 기회 감소를 받아들였다. 대주자 기용도 127회로 전체 2위였다. 유재신, 박정음, 임병욱 등이 선발 출장하지 않더라도 대주자로 활약하며 팀 득점력을 상승시켰다.
올 시즌 넥센은 어느 때보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이 갔다. 이택근, 마정길, 이정훈, 오주원, 유재신 등은 후배들에게 좋은 자리를 내주고 궂은 일을 도맡아 했다. 선배들이 모범을 보이면서 후배들이 따라오는 선순환을 이룬 넥센은 어느 때보다 강한 '팀 케미스트리'가 빛을 발한 시즌을 치렀다. 염 감독은 "선수들이 정말 수고 많았다"고 박수를 보냈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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