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중위권’ SK, 잊지 말아야 할 것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09 05: 53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SK가 4년 연속 중위권 정체라는 초라한 성적을 받아들였다. 또 한 번의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미래를 바라볼 때가 됐다.
SK는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7-6으로 이기고 올 시즌을 69승75패(.479)로 마무리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는 시즌 막판 확정됐다. 시즌 초반 좋은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는 모습이 되풀이됐고, 시즌 막판 9연패라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으며 5강 전선에서 물러났다. 5강에 갈 만한 전력이 있음은 증명했지만 위기관리능력이 모자랐다. 어느 한쪽의 책임이 아니었다. 선수·코칭스태프·프런트가 모두 휘청거리며 뚜렷한 답을 내지 못했다.
이로써 SK는 4년 연속 중위권에 머물렀다. 2013년은 6위, 2014년과 2015년은 5위, 2016년은 6위를 기록했다. 10구단 체제 확대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도입된 지난해 딱 한 경기 가을을 경험했을 뿐이다. 강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전형적인 중위권 팀으로 전락했다. 이제는 누구도 SK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시적인 부진이 아닌, 장기 침체의 곡선으로 돌입한 모양새다.

이 곡선을 끊어내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이 있을 것임은 분명하다. 우선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김용희 감독과의 연장 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 외부에서 사령탑 영입이 유력한 가운데, 그렇다면 코칭스태프도 어느 정도의 개편은 자연스레 예상된다. 코칭스태프는 면면이 확 바뀔 가능성도 가지고 있다. 기대감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새로운 바람, 새로운 지략이 가져다 줄 플러스 효과를 계산하는 것까지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살아남은’ 프런트와 선수들이 착각하지 말아야 할 시기도 지금이다. “감독 교체가 더 나은 성적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장밋빛 환상에 빠져서는 곤란하다. 그런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지금이 더 냉정한 시선을 유지하며 장기적으로 강팀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때다. 지난 4년간 실패한 부분의 책임은 프런트와 선수들도 상당 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토대는 그대로인데, 한 명의 감독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지극히 제한적이다. 따지고 보면 김용희 감독도 그 한계를 이겨내지 못한 케이스다.
안주해버린 것이 최대의 패착이었다. 언제까지나 영광이 이어질 줄 알았다. 신인 육성보다는 베테랑 선수들이 보여주는 퍼포먼스에 만족했다. 다른 팀들이 경기장 내에서 새로운 전략을 실험할 때, 예전에 잘했던 것을 무기로 내세웠다 점점 트렌드에 뒤처져 갔다. 선수들의 몸집은 쌓이는 연차에 정비례해 비대해졌다. 경쟁의 부재 속에 자신도 모르게 나태해져갔다. 
그것이 아님을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었다. 부랴부랴 육성 시스템을 정비하고 구장 환경에 맞는 라인업을 구축했으며 좀 더 체계적인 ‘숫자’를 도입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올해다. 이는 다른 팀들이 벌써 몇 년 전부터 하고 있었던 단계였다. 새로운 실험에 잔뜩 기대가 부풀었으나 첫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었다. 단기적인 경기의 결과는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의 잘못이 크겠지만, 큰 그림을 그려주지 못한 잘못은 오롯이 프런트에 있다. 1년 부진이 아닌, 4년 부진이라는 점은 프런트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증명한다.
단기간의 성적에 눈을 부라렸던 모습을 떠나 발상의 새 바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적이 좋지 않다고 해서 회사원들을 마구 잘라낼 수는 없다. 야구단 조직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와도 올바르게 돌아갈 수 있는 궁극적인 시스템을 고민할 때가 됐다. 두산이 꾸준히 강호로 군림하고 있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감독 하나 바꾸고 손을 놓아서는 4년의 실패를 되풀이할 뿐이다. SK의 2016년 가을이 10년 뒤 어떻게 기억될지에 대한 두려움과 경각심을 갖는 것이 모든 재출발의 시작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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