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한화 부임 후 2년 연속 PS 실패
"순위 떠나 선수들 큰 성장, 내년은 다를 것"
"한화는 큰 성장을 했다. 선수 개개인이 강해졌다".
한화 김성근(74) 감독에게 2016시즌은 어떤 의미일까. 대대적인 투자와 엄청난 기대를 갖고 시즌을 시작한 한화는 최종 7위로 마무리했다. 지난해 6위보다 한 계단 떨어진 성적으로 2년 연속 김성근 감독 체제에서 실패를 맛봤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실패라 규정짓지 않았다. 실패 속에서 성장을 큰 성장을 이뤘고, 내년을 위한 도약이 될 것이란 기대를 가졌다.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린 8일 김 감독의 일문일답이다.
- 아쉬운 시즌이 마무리됐다.
▲ 이제부터 뭐하나 싶다(웃음). 5승만 더 했으면 되는데 아쉽다. LG와 우리의 차이는 결국 외국인 차이였다. 우리(서캠프)는 1승(선발승)도 못했고, LG(허프)는 7승을 했다. 둘이 바뀌었으면 어떻게 됐겠나. 오늘(8일) 지난해 투수코치를 한 니시모토 다카시가 찾아왔다. 4월에 투수들의 이야기를 하니 어떻게 버텼냐면서 놀라더라.
- 어떤 부분이 가장 아쉬웠나.
▲ 시즌 도중에 1패가 마지막에 크게 돌아온다. 5패를 어디서 했느냐 문제다. 하지만 (부상 선수들이 많았던) 올해 전력을 볼 때 선수들은 열심히 했다. 시즌이 끝나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팀은 성장했다. 순위를 떠나서. 특히 김태균은 한 번도 포기하지 않고 전 경기를 뛰어줬다. 요즘도 허리를 숙이면 아파하지만 그래도 경기에 나간다고 한다. 그런 의식이 한화로선 크게 성장한 것이다. 선수 개개인이 성장했고, 강해졌다.
- 투수들도 고생을 많이 했는데.
▲ 박정진·송창식·심수창이 잘해줬다. 팀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상식선으로, 정상적으로 했으면 이 팀 특유의 컬러가 없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9회까지 악착 같이 쫓아다니는 경기를 한 게임도 못했을 것이다. 선발이 무너져서 B급 패전 처리를 내면 아무 특색 없는 팀으로 끝났지 않나 싶다. 거기서 무리수라도 쫓아다니면서 새로운 흥미 거리가 한화라는 팀에 있었다. 바깥세상의 사람들이 볼 때는 '왜 혹사를 하고, 무리를 시키냐'고 말하지만 그렇게 안 했으면 이 팀은 아무 쓸모없는 팀이 됐을 것이다. 거기서 선수들도 승부란 것을 느꼈다.
- 그 과정에서 어떤 소득이 있었나.
▲ 윤규진·이태양·심수창이 다시 살아났다. 이 선수들은 내년에 긍정적이다. 이태양은 이제 그 나름대로 던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장민재도 (기량이) 많이 올라왔다. 막판 KIA전 2경기를 지고, LG전까지 진 다음 (5강이) 어려워지자 힘을 조금 뺐다. 그때 무리하면 내년에 피해가 갈까 싶어 팀을 다운시켰다. 하지만 내년을 이어가기 위해선 너무 가라앉으면 안 되겠다 싶었다. 야구는 올해만 하는 게 아니라 내년에도 해야 한다. 그러자 마지막에 다시 올라가기 시작한 건 긍정적이다.
- 올해 선수들을 별로 혼내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했었다.
▲ 작년하고 올해 나의 차이는 연습장에 서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다. (허리 수술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내가 나서면 지시를 하게 된다. 그러면 선수에게 두 개의 지시가 가게 된다. 헷갈릴 것 같아 코치들에게 맡겨보자 싶었다. 지금 일본 교육리그에서는 계형철 코치가 배영수·황재규·안승민 등을 지도하고 있다. 계형철 코치에게 배영수가 안 되면 선수와 코치 모두 관둬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신경 써서 지도해 달라고 했다.
- 교육리그에서 가능성을 보는 선수들은 있나.
▲ 야수는 김주현을 결과에 관계없이 경기에 계속 내보내고 있다. 야탑고 나온 내야수(김태연)도 괜찮다. 대전에서 연습할 때 스윙하는 것 보니 괜찮다 싶더라. 걸음은 조금 느리다. 신성현은 외야로 한 번 시험해볼 것이다. 우리가 오른손 외야수가 없지 않은가. 올해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이 2할5푼인가 2할6푼밖에 안 된다. (한화는 올 시즌 왼손 투수 상대 팀 타율이 2할6푼6리로 10개 구단 중 가장 낮다).
- 내년에는 달라진 야구를 보여줄 수 있나.
▲ 지난번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승부처에 피처가 없었다. 피처(에이스) 하나만 있으면 5~6연승 이어갈 수 있었을텐데 없으니까 5경기 내내 투수들을 모두 썼다. 로저스가 있었으면 이어갔을 것이다. 올해 6연승도 로저스가 2경기 던질 때 나머지 피처들이 쉰 덕분이다. 내년에는 그런 피처가 올지 모르겠다. 15승 외인 2명만 들어와도 다를 것이다. 지난번 조범현 kt 감독도 '우리 선수들이 한화 투수들을 무섭게 생각하지 않는다. 투수를 바꿔도 늘 같은 투수들이라 그렇다'고 말하더라. 누가 올라와도 상대 팀에게 쉽게 느껴진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하느냐가 문제이지 않나 싶다. 중심 투수가 있으면 내년에 승부가 될 것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