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생생톡] '캡틴' 강민호의 1년, "내가 흔들리지 말아야 했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10.08 06: 09

롯데 자이언츠는 올시즌 주장으로 포수 강민호(31)를 임명하고 시즌에 돌입했다. 
선수단의 투표로 주장을 뽑았던 전례를 깨고 조원우 감독이 직접 선택하면서 강민호는 포수 장비의 무게보다 더한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올시즌을 임했다.
올시즌 강민호는 주장이라는 무게감에 성숙해졌다. 혼자가 아닌 팀 전체를 바라봤고, 진정한 '안방마님'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주장으로서 한 시즌을 보낸 강민호는 모든 것이 아쉬웠고 후회로 남는 듯 했다.

지난 7일 사직 넥센전을 앞두고 만난 강민호. 강민호는 현재 허리 통증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며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선수들에 파이팅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것이 강민호의 마음가짐이다. 
주장으로서 보낸 올시즌은 어땠을까. 그는 "주장이라서 힘들긴 했지만 그런 것보다는 이전에는 내 것만 챙기다가, 주장을 하면서 팀을 생각하다보니, 경기에 임하는 준비 자세부터가 달라졌다. 베테랑 선수로서 매시즌이 달라지는데 공부도 많이 된 시즌이었다"고 전했다.
그 역시 최대한 많은 경기에 나서려고 했고, 선수들을 챙기려 했다. 개인 성적도 나름대로 챙겼다. 타율 3할2푼3리(381타수 123안타) 20홈런 72타점 OPS 9할8푼2리. 하지만 시즌 막판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8월 말 오른쪽 무릎 외축부 인대 손상으로 팀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이탈하고 말았다. 본인도 속상할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강민호는 "부상을 당하지 않으려고 비시즌에 준비도 열심히 했는데, 개인적으로 아쉽다"면서 "감독님께서도 관리를 해주려고 하셨는데, 내가 '괜찮다. 뛸 수 있다'고 했다. '내가 힘이 되어서 1승을 더 할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는데..."라고 했다. 말끝에 아쉬움이 뭍어났다.
하지만 그보다 강민호가 자책하는 부분은, 자신도 모르게 멘탈이 흔들렸다는 것. 본인이 선수들의 멘탈을 관리해줘야 했지만, 그런 부분에서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그는 "투수들이 힘들때, 팀이 힘들때 내가 잘 이끌어 줬어야 했는데, 내가 멘탈적으로 많이 흔들렸던 것 같다. 그때 내가 더 도움이 되어야 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이제는 자기 자신보다, 어린 선수들을 챙기고 칭찬과 조언을 해줘야 하는 베테랑의 위치다. 특히 강민호는 박세웅, 박진형, 박시영과 포수 김준태를 아꼈다.
그는 "박세웅과 박진형, 박시영은 충분히 좋은 재능을 갖고 있다. 운동만 열심히 한다면, 내년에 분명 이 친구들이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하면서도 "'지금 잘 하고 있다고 아직 스타가 된 것 아니다. 갈 길이 멀다'고 얘기를 해주고 있다"고 했다. 애정 어린 조언들이었다. 아울러 자신의 부상 공백을 메운 김준태에 대해서도 "내가 신인때도 (김)준태처럼 못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이 흐뭇하기도 했지만, 주장의 눈에는 팀 성적에 대해서는 표정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솔직히 올해는 선수들이 너무 부진했다. 감독님께도 정말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다음 시즌도 강민호가 주장 직책을 맡을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강민호는 뼈 있는 말 한마디를 던졌다. 그는 대뜸 "(황)재균이가 팀에 남아서 주장을 해야죠"라고 말했다. 황재균은 올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이에 강민호는 차기 주장으로 황재균을 일찌감치 추천한 것. 이미 강민호의 부재시 임시주장으로 팀을 잘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심 황재균의 잔류를 원하는 속내를 밝히며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2016년은 지나갔지만 강민호는 다시 2017년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최근 경기를 하면서 정말 부끄러웠다. 두산에 시즌 최다승 경기도 내줬고, LG와의 경기에서도 4위를 확정시켜줬다. 같이 노력했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부끄럽고 악이 올랐다"면서 "내년에는 반드시 잘해서 들러리가 되고 싶지 않다"고 굳게 다짐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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