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병동' 롯데의 역설, 민낯 보인 뎁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10.08 10: 10

"올시즌 부상 선수가 많았다."
조원우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지난 7일 사직 넥센전을 앞두고 올시즌 가장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선수단의 부상을 꼽았다. 조 감독은 "올시즌 중요한 순간에 부상 선수가 많았던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는 시즌 초반부터 부상병들이 속출했다. 주전 유격수로 스프링캠프에서 맹연습을 한 오승택이 기량을 만개시키기도 전인 4월 초, 자신의 파울 타구에 맞아 정강이 분쇄골절로 이탈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황재균도 발가락 미세 골절과 손목 통증, 문규현도 갈비뼈 미세 골절로 차례로 팀을 이탈한 바 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짐 아두치도 고질적인 허리 디스크 통증으로 속을 썩이다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해 도핑에 적발되면서 퇴출당했다. 시즌 막판에는 강민호가 무릎 외측부 인대 손상으로 빠졌고, 대체 외국인 선수였던 저스틴 맥스웰도 배팅 훈련 중에 엄지 손가락 미세 골절을 당했다.
야수 뿐만 아니라 투수진에서도 송승준이 허벅지와 어깨 부상 등 부상으로 빠졌고, 윤길현과 손승락이 각각 골반, 발목 통증으로 번갈아가며 팀을 이탈했다. 롯데가 온전히 라인업을 가동한 시기는 따지고보면 얼마 되지 않았다.
부상병동의 선수단 속에서 조원우 감독은 항변 할 만 했다. 그러나 부상이라는 변수는 어느 팀에게나 똑같이 적용되고 항시 대비 해야 한다. 부상으로 공백이 생겼을 시에 대체 자원과 플랜B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구단과 사령탑의 임무다. 두터운 선수층을 가진 팀이 기나긴 정규시즌을 성공적으로 버틸 수 있다는 예는 멀리 있지 않다. '화수분 야구'를 컨셉으로 잡고 왕조 구축에 들어간 두산, 주축 선수들의 대거 이탈로 모두가 꼴찌를 예상했지만 당당히 올시즌 3위에 오른 넥센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투수진은 박진형과 박시영, 박한길, 시즌 막판 배장호까지 등장하며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롯데는 야수진에서 일단 대체 자원의 질과 양, 플랜B의 경우의 수가 너무 적었다. 최선이 아닌 차선의 기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4월 말에서 5월 중순 황재균과 문규현이 동시에 라인업에서 이탈했을 때 롯데는 얇디 얇은 뎁스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조원우 감독 역시 있는 자원에서 시즌을 운영해야 했기에 별다른 수가 없었다.
롯데의 선수층 문제는 한 두 해의 문제가 아니었다. 주전들 외에 백업 역할을 해야하는 자원 자체가 적었고 성장도 더뎠다. 그동안 롯데가 투수진 보강을 위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투수 픽에 집중하는 경향이 보였기에 야수 자원 씨는 말라 갈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다시 야수 자원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올해 두산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내야수 김동한을 받아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2017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투수보다는 야수진을 좀 더 뽑으면서 방향을 선회했다. 그만큼 뎁스 보강이 절실하다는 구단의 생각이다.
하지만 선수를 뽑아두고 성장을 못시킨다면 뎁스는 두꺼워질 수 없다. 젊은 선수들이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서고, 체계적인 지도를 통해 올바른 육성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 야구인은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 퓨처스리그에서 뛰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롯데의 퓨처스리그 라인업을 보니, 1군 경험이 있는 노장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부분이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부상 선수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이 부상 선수들을 메울 수 있는 백업급 선수들을 키워내 선수층을 두텁게 하는 것이 과제다. 롯데가 암흑기의 수렁으로 더욱 빠지지 않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올바른 육성 방향을 잡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아직 때는 늦지 않았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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