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리·박소담, 제2의 손예진과 김민희를 기대하며 [21th BIFF③]
OSEN 성지연 기자
발행 2016.10.08 07: 44

지난해와 올해, 국내 영화계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반짝이는 신예들과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력을 쌓아 이제 막 꽃을 피운 라이징 스타들로 풍성한 영화시장을 이뤘다.  
그중에도 유독 '여배우 기근' 현상이 심했던 가운데 신예 김태리의 발견과 여배우 박소담의 눈에 띄는 성장은 의미를 더한다. 그래서 두 여배우가 받은 제25회 부일영화상 트로피도 더욱 빛난다. 이들에게 한국 영화의 밝은 미래에 기대를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7일 오후,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는 제25회 부일영화상이 열렸다. 부일영화상은 1958년 출범한 국내 최초의 영화상으로 오랜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이다. 부산일보사가 주최하고 부산광역시와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후원하며 화승그룹이 협찬한다.

이날 부일영화상은 배우 온주완 안희성의 사회로 진행된 가운데 다양한 부문에서 시상이 이뤄졌다. 그 중 김태리는 지난 6월 개봉한 '아가씨'(감독 박찬욱)로 신인 여자 연기상을 받았다. 신인 여자 연기상 후보에는 김태리 외에도 '곡성'의 김환희와 '스틸 플라워'의 정하담,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 '우리들'의 최수인이 후보에 올랐다.
김태리는 '아가씨'에서 엄격한 보호 아래 살아가는 귀족 아가씨(김민희 분)를 보호하는 하녀 숙희로 분했다. 숙희는 극 중 유명한 여도둑의 딸로 장물아비 손에서 자란 소매치기 고아 소녀다. 출신을 숨기지 못하는 거친 숙희의 본능과 아가씨에게 순종해야 하는 하녀의 본분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캐릭터다.
섬세하고 까다로운 인물임이 분명하지만, 데뷔 2년 차 김태리는 '아가씨' 안에서 막힘없었다. 그가 녹여낸 숙희는 거칠지만, 신선한 매력이 있어 세련된 멋이 있었고 박찬욱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며 자신의 존재감까지 대중에게 제대로 각인시켰다. 베테랑 배우 김민희 하정우 조진웅과의 호흡에도 기죽지 않는 당찬 모습 또한 호평받았다.
김태리의 수상 소감 또한 그가 범상치 않은 신예임을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는 이날 자신의 이름이 호명돼 나온 무대에서 "과거를 미화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가씨'를 준비했던 과정들과 촬영현장의 기억들이 행복과 그리움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첫눈에 반했던 김민희 언니, 꼭 다시 작품을 통해 만나고 싶다"며 연기자 선배이자 영화 동료를 향한 애정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제25회 부일 영화상 여우조연상은 지난해 11월 개봉한 '검은 사제들'의 박소담이 차지했다. 올해 여우조연상 후보는 박소담 외에도 '히말라야'의 라미란, '부산행'의 정유미, '사도'의 전혜진, '곡성'의 천우희 등 박소담보다 쟁쟁한 선배들이 이름을 올렸지만, 박소담의 삭발 투혼과 파격적인 연기변신은 25살 박소담에게 여우 조연상 트로피의 영예를 안겼다.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에서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 영신을 연기했다. 박소담은 영신 캐릭터를 만나 여배우로는 시도하기 부담스러운 삭발까지 감행했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악령에 씌인 소녀를 오롯이 표정연기와 한정된 몸짓으로만 표현해야 했다. 박소담의 노력은 충격적일 만큼 실감나는 영신으로 스크린에 구현됐다. 이는 그간 보지 못했던 박소담의 넓은 연기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박소담은 여우 조연상을 받은 소감으로 "영신이라는 친구를 처음 만났을 때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영신의 대사 중에 '내가 꼭 잡고 있을게요. 신부님'이란 대사가 있다. 다락방에서 한 달 간 촬영을 하면서 혼자 그 모든 걸 견뎌내야 했다면 버티지 못했을 거다. 촬영하며 고생했던 배우 분들과 스태프 분들 정말 감사하다"며 캐릭터를 향한 애정과 동료들을 향한 고마움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스스로를 놓지 않고 중심을 잡고 진심을 담아 계속해서 연기하는 배우가 되겠다"며 연기를 향한 자신의 열정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제25회 부일영화상 시상식에서 김태리 박소담이 받은 트로피는 단순히 수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두 사람에서 또 다른 것을 향해 달려야 한다는 애정어린 채찍질 혹은 애정어린 부담을 주는 것과 같다. 현재 어떤 여배우보다 감독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쉴틈없이 작품활동 중인 충무로 대표 여배우 손예진과 김민희처럼 '제대로' 크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앞서 언급한 손예진 김민희는 분명 180도 다른 이미지. 하지만 이러한 전혀다른 매력 덕분에 각자의 자리에서 한국영화를 발전시키는게 가능했다. 그래서 더더욱 이미지와 매력포인트가 전혀 다른 박소담 김태리 또한 선배들이 걸어온 발자취를 충실히 따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두 배우의 탄탄하고 아름다운 연기인생을 기대해 본다. /sjy0401@osen.co.kr
[사진] OSEN DB, '아가씨' 포스터·스틸, '비밀은 없다'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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